작년에 글쓰기 모임 멤버가 그랬었다. 서른 셋부터는 도망갈 수 없는 나이가 된다고. 서른, 서른 하나, 서른 둘 까지만 해도 어리거나 아직이라는 느낌이 남아 있는데, 서른 셋, 'ㅅ' 시옷 받침이 생기는 순간부터는 꼼짝 없이 서른 중반에 입성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서른 셋은 지났고, 나이를 잊고 있었는데, 점점 회사나 밖에서도 몇 살이냐는 질문에 최근 나의 나이를 자각하게 되었다.
특히 남자가 아닌 여자의 성별을 가질 수록 나이에 더 예민한 한국에서 30대 중반을 지나가는 느낌은 아무렇진 않다는 생각이 크다. 나이가 '뭐 어때'라는 it회사에 다는 사람들의 말도 있고, 유독 한국만 나이에 예민해 라는 유학 다녀온 친구의 말도 있지만, 대체로는 직간접적으로 느껴지는, 전해지는 30대 중반의 나이의 무게감이 존재했다.
'결혼','출산'이라는 여자라서 마주 할 수 있는 부분 말고도 공통적으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지, 돈은 얼마나 모았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투자는 어떻게 하는지, 커리어 생각은 있는지, 연애는 어떻게 하는지 등의 질문들에서 아무렇지 않지는 않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다. 가볍게 넘길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기도 하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나 스스로가 내가 지금 원하는 방향과 위치에 있지 않다는 말이라는 사실이 가장 아픈 사실이기도 했다.
30대는 오히려 20대 보다 더 복잡하고, 힘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것도 많고,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기만 하면 되고, 잃을 게 체력을 포함해서 훨씬 적었다. '하고 싶다','궁금 하다'는 욕구에 충실하고, 시간에 대한 두려움은 적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걸어온 길을 돌아가거나 방향을 트는 것도 부담이고, 체력도 부담되고, 실패하는 것도 무섭고 더 겁이 많아졌달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점점 하고 싶다는 것이 무엇인지, 목표가 사라졌다..희미하다...없다...안보인다고 느껴서, 나의 시간을 어디에 몰입하고 집중해야 할지 방향키를 어디로 돌리지 못해 하염없이 돌리고 있는 느낌이 많이 든다. 혹 목표를 세워보려 해도 의미있다고 생각이 안들기도 하고 뫼비우스 띠에서 돌아가니는 느낌이 지배적일 때가 있다. 가령 이직을 한다고 해서, 뭐가 크게 의미가 있는 걸까. 노동이? 혹은 운동을 매일 간다고 해서, 뭐가 크게 의미가 있는 걸까? 건강? 뭐 크게 다를까. 너무 단기적인 성취감, 도파민을 추구하지 않고 멀리보는게 좋을텐데 조급하고 욕심 많은 한낱 인간에 불과하니까 마음을 다스리는게 어렵다고 느낀다.
뒤로 돌아가는 것도 어렵고, 방향을 트는 것도 어렵고, 앞으로 가는 길을 가는 것도 불안하고... 뭐 어디 하나 편안한 구석이 없는 한없이 걱정이 심해지곤 하지만 참 시간이란게 묘하고 다시 느꼈다. 이런 상황에 확실히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글을 시작할 때 나이 먹는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편 진짜 나이는 그냥 먹는게 아니다. 공짜로 주어진 것 같은데 가장 값비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이렇게 가볍지만, 말이 아닌 생각이라 다행이다) 시간의 힘이 꽤나 무겁고 무서워서, 전보다는 흔들려도 흔들리는구나, 불안해도 불안하구나, 이렇게 나를 바라보고 혹은 이 감정에 파묻힌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나오거나 전환하려고 하는게 확실히 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이'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같다.
시간이 무게가 무겁고, 무서우니 그걸 잘 알고 잘 쓰는게 필요할테니,
지금 이 순간, 하루하루 가치있게 쓰도록 할 것,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