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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인사 Nov 01. 2023

영양제의 행방은?

집 나간 S의 정신머리

한 남자의 영양제가 사라졌다.

영양제의 행방이 묘연하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건은 2023년 10월 31일에 일어났다.


매일 아침이면 아이들의 영양제를 먼저 챙겨주는 S.

오메가 3, 비타민D를 챙기며 아이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엄마이다.

그리고 남편이 주간 근무를 하지 않는 날엔 무조건 아침 식사를 하고 남편의 영양제인

종합비타민과 밀크시슬을 챙겨준다는 S.

남편이 잘 먹는지 체크하고 S의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정신은 없지만 S는 가족의 영양제를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고 한다.


2023년 10월 31일. S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영양제를 챙겨준 후

등교를 시켰고, 남편과 아침 식사를 한 후 남편과 자신의 영양제를 챙기려 영양제가 있는

서랍 쪽으로 갔단다.

자신의 영양제를 먼저 챙긴 후 남편의 영양제를 챙기고 정수기 앞에 남편의 영양제를 놓아두고는

물과 함께 자신의 영양제를 먹었다.

그리고 바쁘게 출근 준비를 했는데 남편이 자신이 먹었던 영양제와는 다른 시커먼 알약 두 개가 정수기 앞에

놓여있는 걸 확인하고는 S에게 물었다.


"여보, 이 약은 뭐꼬?"

"뭐긴 자기 약이지." S는 답했다.

남편은 어리둥절한 표정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자신의 영양제가 아님을 주장했다.

 "아닌데, 이거 처음 보는 약인데? 함 봐봐."

S는 황당하는 얼굴로 정수기 앞으로 갔다.

'오잉?....

"이게 뭐꼬? 이거 내 약인데.. 이게 왜 여기 있니?"

S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분명 S는 영양제를 삼켰다. 그런데 그 영양제가 자신이 먹던 영양제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아니 S는 영양제를 삼킨 게 맞는가.

S는 순간 멍해졌다. 아무리 정신머리가 없어도 그렇지 내가 영양제를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


출근이 급했던 S는 대문을 나섰고 출근버스에서도 계속 생각했다.

'도대체 남편의 영양제는 어디로 간 것일까??'

남편은 비타민을 먹었으니 분명 소변이 노랗다 못해 형광색으로 나올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그래서 볼 일을 본 후 색을 살펴보았는데 형광색까지는 아니어도 좀 노랗긴 했지만 이게 또 비타민을 먹고

난 후의 노란색은 아닌 것 같고.. 하루종일 S의 머릿속은 혼잣말로 복잡했다.


만약 남편의 약을 S가 먹었어도 어찌하리.

S는 약한 위장이 아무 탈없이 지나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정신머리 없는 자신의 상태를 위로했다.


S의 정신머리는 언제쯤 빠릿빠릿해질까.

출산과 육아로 머리카락만 빠진 게 아니다. 정신머리도 함께 쏙쏙 빠진 것 같단다.

매일매일, 할 일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 보니 멀티 플레이는 기본이고

그러다 보면 왕왕 정신머리가 들어갔다 나갔다 한다니.. 어찌하면 좋을까.

S의 나이는 이제 만 39살. 내년이면 마흔인데.. S는 웃고 있지만 눈은 울고 있다.

슬퍼 보인다.

그나저나 진짜 남편의 영양제는 S가 삼킨 것일까?

아니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영양제가 짠하고 나올 것인가.

미스터리 한 영양제의 행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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