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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daDee Jul 16. 2020

NOW

네번째 작업일지

 어느 화목한 가족처럼 평일 저녁 요즘 핫하다는 통닭집 마당 평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처럼의 외식은 엄마를 신나게 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준 음식.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별생각 없이 받은 전화는 예전에 일하던 미술학원의 원장 선생님이었다. 내심 당당하게 바깥일을 함으로써 집안일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 제안일까 기대하며 통화를 계속했으나 그건 아니었고 전시제의 였다. 원래 소속되어있었던 조각회 정기전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서 휴면 상태였고 이번에 새로 정기전을 책임지게 되어 전화를 했다고 했다. 그간 해온 작업도 없을뿐더러 기존에 전시에 선보였던 작업을 다시 또 낼 수는 없어 정중히 사양하고 다시 화목한 가정의 일원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많은 회원들 작업 중 내 예전 작업을 기억하시고는 "NOW'작업이 정말 좋았는데 그거라도 전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물어보셨다.  내가 애정 하는 작업이었지만, 그 역시도 전시를 몇 번 한 작업이라 생각해서 주신 전화에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고 전화를 마무리지었다.


 애정 했던 작업이었다. 작업을 하고 머릿속에 생각하던 작품이 실제가가 되어 존재하게 만들었다는 쾌감을 느끼게 해 준 작업. 그 작업의 이름이 "NOW"였다. 작업도 제목도 소재도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던 작업. 이런 작업 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부터 실제로 작업으로 실현되기까지 막힘없이 스르륵 진행된다.



원래 실제로 보게 되면 시계들이 움직이는 초침 소리가 한대모여 꼭 빗소리와 같은 소리를 낸다.

그리고 어쩐지 정말 비 오는 것을 바라보듯이 멍 때리게 된달까.


원래 의도 대로라면 정말 시계 시침과 분침을 이용해서 제작해서 하루에 딱 2번 단어를 볼 수 있어야 했는데, 전시를 하고 관람객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초침을 이용해서 60초에 한 번씩 보게 했다. 기획 의도와 다르게 보이는 것을 위해 작품을 수정한다는 게 아직 학생일 때의 작업이었던 지라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나중에 졸업하고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손목시계에 들어가는 시계를 이용해서 원래 의도대로 작업을 다시 만들어두었다.


단어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꾀나 흥미로웠다. 글을 쓰는 것 단어를 염두하고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 흥미가 있는 나로서는 최대의 관심사였다. 생각이 확장되어 언어에 관한 작업들도 몇 가지 더하게 되었던 것 같고,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작업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작업 사진을 찾아보고 포트폴리오를 뒤적이다 보니 하고 싶을 것을 제약 없이 할 수 있었던 그때의 내가 생각이 나서 아이가 잠들고 드디어 갖게 된 자유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결론은 육퇴의 기쁨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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