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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부부 Damdabubu Jan 03. 2023

2022년 회고 그리고 2023년 목표

뜨겁게 사랑하고 아껴주자



연말엔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고, 연초엔 앞으로의 시간을 계획한다. 우리 부부도 1월 1일 저녁시간은 그리 보냈다. 작은 조명등을 켜놓고 연말연초에 듣기 좋은 음악 리스트라고 누군가 정의해둔 음악을 플레이하고 맥주 한 캔 씩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살았노라 고생했노라 말이 오갔지만 난 정말 잘 살았을까 의심의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욕심이 많았고, 그래서 조급해했고, 중심을 잃기도 하고, 갈피를 잡지 못해 허둥대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하루를 24 시간으로 쓰고 있는데 내게 주어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꼈었다.


간혹 내게 “리아 어린이집 보내면 시간 많겠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죠…“라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전 왜 시간이 없는 것 같죠? “라고 말하곤 했다.


집안일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집안일이란 게 손에 익지 않았기에 작은 화장실 하나 청소하는데도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이젠 샤워하며 슥슥 해내어버리는 일이 되었다. 그럼 이젠 시간이 좀 생긴 걸까? 나의 대답은 ”글쎄…“였다.


그래서 todo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다. 하는 일, 해야 할 일이 적진 않았다. 집안일이란 게 어제 끝냈다고 오늘은 없는 게 아니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다. 늘 리셋버튼이 눌려지는 기분이랄까. 때론 잘 정리하는 만큼 폭탄이 설치되어 터지는 느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정리가 되어있건 그렇지 않건 화장실이 지저분하던 그렇지 않던 우리 집 김 씨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널브러진 장난감과 옷가지들에 발 디딜 곳이 부족하게 느껴져도 그 장애물들을 삼아 놀이를 하고 적절히 피해 가며 잘 놀고 잘 쉰다. 내가 그 풍경들을 참아내지 못할 뿐이다.


그다지 깔끔한 성격도 아니다. 아이 없이 둘 다 직장인이던 시절엔 집에 누군가 놀러 온다고 하면 열심히 치우고 그렇지 않은 평일은 청소 한번 제대로 한적 없기도 하다.


”주부“라는 자리에 서있다 보니 집안일은 당연한 내 몫이고, 회사일을 할 때처럼 잘 해내야 하고 매일매일 열심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의 책임이고, 당연히 해내야 하는 나만의 사명감이었다.


집착 아니었을까. 난 놀고먹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주부는 배우자가 벌어오는 돈 편안하게 받아쓰며 뭐 하나 어려운 거 없는 집안일 하고 알아서 크는 아이 적당히 봐주면서 생활하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직업이라는 정의에 수긍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나 역시 주부라는 직업과 위치를 은연중 그 정도로 바라보아왔던 것이겠지.


그래서 내 위치를 만족해하지 않았던 것이고, 그래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행복이나 만족감은 덜했고, 그래서 낮아지는 자존감 앞에서 자꾸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한해의 회고가 후회만 남아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잘한 일을 찾아내기로 했다.


“리아 잘 키웠잖아”


어마어마한 과정들이었다. 아이가 아프건 그렇지 않건 새벽 중 내 온몸의 세포는 리아를 향해있다. ”엄마“라는 아이 목소리에 단잠에서도 번뜩 눈이 뜨였다. 아이가 아픈 날엔 이틀이고 일주일이고 밤새는 일이 허다했다. 놀이시간엔 이세상 텐션은 다 끌어모아 하이텐션을 유지하며 놀아주었고, 목청이 터져라 노래부르고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말도 하고 자기주장도 생기고 자아가 커지면서 짜증도 내고 떼도쓰고 화도 낸다. 그 자리에 늘 함께하는 나는 짜증 앞에 평정심을 찾아 대답한다. 떼쟁이 앞에선 돌부처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화내는 아이 앞에서는 나의 화는 저기 어느 깊은 산속에 숨겨놓은 사람처럼 화를 꼭꼭 감춰둔다. 단 한순간이 아닌 매일 매 순간의 일과 중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가끔은 이런 절제와 인내가 내 안에 쌓인 듯 삐져나오려 할 때가 있지만 신기하게도 어찌어찌 아이에게는 표출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풀어낸다.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2년 차가 되면 요령도 생기고 일에 익숙지는것 처럼 나 역시도 주부 2년 차를 지나고 나니 그동안 어렵고 버겁게 느껴지던 일들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다.


적응이 필요한 시간이었고, 과도기였다고 결론 내었다. 한결 안심이 되었다.


나의 신년 목표는 조금만 욕심내고, 나의 속도를 느끼며 조급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모자라게 느껴지는 나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뭐 대단한 거 이룰 생각 없이 오롯이 나로서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한 해를 살아보기로 나의 목표를 세웠다.


2023년 연말엔 뜨겁게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꼈다고 회고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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