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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Jun 28. 2021

너도 네 위주로 살아!

청춘의 돌직구를 받아들이다



내 위주 맞아.

내가 회사를 관두면서 한 결정이

내 위주로 사는 거야.

너도 네 위주로 살아.

대한민국은 너무 가족 위주야!


-tvn 드라마 <청춘기록> 중에서






"너도 네 위주로 살아!"


드라마 <청춘 기록> 속의 안정하라는 젊은 동생이 나에게 세게 한 마디 던진다.



"그래~내 위주로 살아야지..."



위주라......

문득 사전에 '위주'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위주(爲主) : 으뜸으로 삼음



으뜸이란 또 무엇인가?



으뜸 : 많은 것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

          또는 첫째가는 것



나를 으뜸으로 삼는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도록 나를 으뜸으로 삼아본 적이 있었던가?

인생에 내가 으뜸이고 주인공이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맞다!



결혼식   나는 주인공이었고,

축하해주러 온 하객은 고마운 조연이었다.



정녕 이때뿐이었을까?

조금은 덜 슬플까 싶어 기억력의 한계라고 이야기해야겠다.



오늘만 돌아봐도 나 자신을 우선순위의 가장 끝에 두었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도 끝까지 끝까지 미루어두었다가 이 새벽에 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배려의 끝판왕이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람 좋기로 소문난 우리 아빠의 딸로 자랐다.



'먼저 하세요.'

'좋아요!'

'괜찮아요!'



양보와 배려, 겸손의 버튼만이 탑재된 자판기 마냥 상대방이 원하든 원치 않든 여부와 상관없이 누르면 양보, 누르면 배려가 튀어나오는 겸손의 아이콘으로 자랐다.


나보다는 주변을 먼저 챙겼다.


물론 기꺼운 마음일 때도 있었지만, 왜 이러고 사나? 싶게 스스로 호구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 부분을 오래도록 생각해오며,

나는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아닌 타고나기를 착하게 태어난 기버(Giver)라고 결론지었다.






이제부터라도 내 위주로 살아보려고 한다.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으뜸으로 하여 살 수는 없겠지만, 마인드라도 좀 바꾸어 내 위주로 살기 위해 노력해보려 한다.


물론 그렇게 살기엔 환경이나 조건은 혼자일 때보다 열악하다.


그렇더라도 바꾸어 나가고 싶다.


우선은 사랑하는 나의 딸 J가 자신을 가장 으뜸으로 삼고 살아가길 바라기에 엄마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딸이며, 누나이, 동생인 내가 스스로를 가장 아끼며 살기를, 

사실은 모두가 바라는 바일 것이다.






내 위주로 살기의 시작은

재작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쌍둥이 언니와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단둘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위해 내 위주의 결정을 내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려놓았다.


그날은 우리 쌍둥이 자매의 생일이었다.

가족 모두에게 큰 생일 선물을 받았다.


며칠 동안 쌍둥이 자매의 공동육아가 온 가족의 공동육아가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코로나로 인해 그게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것이라고…


대학생이 자유여행을 떠나듯

배낭 하나 짊어지고, 거칠 것 없이 놀고먹고 이야기 나눈 시간.


그 며칠의 힘으로 지금까지 버텼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내 위주로 살아간다는 것이 좀 어색하기도 하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렇다고 남 위주로 사는 것도 조금은 슬프다.


지금은 내 위주와 남 위주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 이 늦은 시간에 글을 쓰게 된 것도

누구에게든 미안해하고 싶지 않으며,

아쉬운 소리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오기로 시작한 이 밤의 글쓰기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아 좋다.



내 위주의 시간에 내 위주로 글을 쓰고 있다.



지금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투애니원이 부릅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이렇게 끝내려다가, 주인공 병에 걸린 아줌마가 된 것 같아 한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내일이 밝아오면 누군가가 주인공인 순간에 조연으로 출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명품 조연이다."라며 그 순간 조차 내 위주로 만들 수 있는 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가 거슬릴지라도

손주가 보고 싶어 오시겠다는 부모님도 뒤로 하고,

가끔은 주말에 남편과 딸내미를 시댁으로 보내더라도,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보고 싶던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좀 봐주고, (시즌1도 못 본 1인)

낮잠도 한 숨 자면서,


야금야금 내 위주의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Photo by Chen Mizra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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