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단어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
오늘은 쓸 수 있을까.
저 창문에 흔들리는 목련 가지에 대해서, 멀리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대해서, 늦은 밤 귀가하는 이의 가난한 발걸음 소리에 대해서, 갓 시작한 봄의 서늘한 그늘에 대해서 쓰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누워버렸다.
여섯 살, 네 살 조카아이들을 살피고 집안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체력은 부족했다. 진득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딱 한 달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잠은 언제나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동생이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그러니까 3년 전부터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쓸 것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쓸 것들은 오히려 많아졌다. 그러나 쓸 시간이 없었고, 머릿속을 정리할 공간이 없었고, 나에게 집중할 틈이 없었다. 이제는 조용히, 고즈넉하게, 쓸쓸히, 오롯이, 동떨어져서, 가만히, 차분하게 같은 단어들을 누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