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이다. 의자이다. 난간이다. 내 눈엔 다 내가 쉴 곳이다. 땅바닥까지도 내 눈에 의자이다. 다리가 너무 아파, 발바닥이 너무 아파. 쓰러질 지경이다. 딸내미 졸업 선물 사 주러 홍대까지 왔다. 애플이 좋니? 매장 층고가 높고 멋지긴 하다. 초록색 티셔츠 입은 직원들, 연령대가 다양한 남녀 직원이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응대를 하는데, 뭔가 멋지네. 그 분위기. 근데 내 다리는 거기부터 벌써 아프기 시작한다. 밥 먹으러 다니는데. 아고고 음식점 찾아 헤매는 고생길. 아고고. 버스킹이고 뭐고 나에겐 다 장애물. 줄 서서 찍는 스티커 사진 찍는 곳을날 데리고 다니는 딸. 온냐.온냐. 엄마 데리고 다녀 줄 때 열심히 따라 간다마는. 내 발바닥은 넘나 아파서 미치겠구나. 연이어 날 데리고 간 옷 가게. 내 눈에 옷도 안 들어 오고 앉을 의자만 보인다. 의자를 둔 상점이 없고나. 에고고, 힘들어. 저 구석 카펫트 구석에 몰래 엉덩이 붙이고 앉으니 딸이 와서 눈이 튀어나올 기세네. 아니. 나도 웬만하면 이러지 않는다고. 정말 넘나 발바닥이 아파. 얘야. 휴. 체면이고 뭐고 난 이 계단이 제일 마음에 든다. 2층 올라가서 구석 계단에 잠시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다. 딸이 1분 옷 구경하고 여긴 별로. 그러고는 나가재. 아고고 얘야, 여기 옷 괜찮나 자세히 좀 봐. 계단 의자, 아주 편한데. 휴...아디다스엔 따봉. 이런 의자가 버젓이 떡하니 있네. 오 좋아라. 이 글을 얼른 쓰고 날 기다리는 딸이 있는 1층으로 이제 내려간다. 홍대엔 홍대엔 외국인이 아주 많구나. 상인들. 이제 여행객들 와서 좋겠구나.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고. 아까 음식점 찾아 헤맬 때 보니 차도 옆 길가 상가는 쭈욱 임대 광고가 붙었더라. 에고고 못 견디고 나간 상인들. 힘들겠다. 아이고 이제 내려가자, 나의 휴식처를 두고 1층 딸 있는 곳으로 가자, 발바닥, 준비 됐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