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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May 18. 2024

수정 없는 의식의 흐름

노란 꽃이다. 작은 꽃도 있고 고개 숙인 꽃도 있다. 물속에 꽃이 담겨 있다. 담겨 있는 게 아니라 꽂혀 있다. 고개 숙인 꽃은 살아 있을까? 잎은 아직 초록 빛을 띠고 있다. 꽃 머리가 8개다. 혼자 있는 꽃 1개이다. 노란 꽃은 잔잔하다. 고개의 방향이 다 다르다. 꽃이 왜 있을까? 있으니까 있지. 꽃이 언젠가부터 좋다. 꽃이 예뻐서 좋고,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좋다. 꽃을 말리는 것도 좋아하게 됐다. 말린 꽃은 특유의 고질고질 내음새가 난다. 근데 그 꼬질꼬질 냄새조차도 고혹적이다. 가을 낙엽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난다. 발꼬랑내 비슷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딸아이는 지금 항공권을 샀다. 내 의식의 흐름을 막아 세웠지만 딸이 혼자 처음 가는 해외여행을 티켓팅하고 말을 거는 거라, 그냥 받아준다. 그 나라에도 꽃이 필까? 장미꽃이 있을까? 노란 장미는 내가 산 꽃이다. 딸은 9일이나 혼자 여행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7일 계획했다가 발권하다가 출발 시간 좋은 걸 고르다 보니 9일 여행이 됐다. 딸아 안전하게 잘 다녀와라. 좋은 경험 하고 오길 바란다. 좌석도 선택된다고 쫑알댄다. 왜. 좌석 선택하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하네. 하며 생중계를 하고 있다. 앞자리가 좋은 자리인가 보구나. 왜 좌석을 선택하면 돈을 더 내지? 가서 하면 공짜야? 하는 말을 한다. 나한테 묻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러련. 이 공간에서 딸과 음악을 들으며 각자 자기 일을 한다. 아까 홈플러스에서 회초밥 할인하는 것을 샀는데, 욕심에 딸과 가장 회초밥이 많은 걸 샀는데, 둘 다 얼마 못 먹었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꽃의 물이 노란색으로 보인다. 분홍 꽃도 예쁜데. 꽃 옆에 유칼립투스 말린 것도 예쁘다. 의식의 흐름은 실험이다. 이런 타자는 그냥 실험이다. 이 방엔 내가 산 길 따라 분홍빛 미술 작품이 있다. 진짜 화가의 작품을 돈 주고 샀다. 멋있는 여자 젊은 미술가한테서 샀다. 작년 추석에 내가 있는 이곳까지 직접 배달을 해 주었는데. 이 방의 분위기를 돋우어 주어서 좋다. 내 방에 온 기분이 확 든다. 여기는 내 방이다. 자기만의 방으로 내가 마련한 방이다. 클래식 음악이 듣기 좋다. 딸과 오늘은 같이 있다. 우리 둘의 아지트인 오늘. 난 꽃에 관한 글을 끝낸다. 꽃은 예뻐서 좋다.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진다지만 난 젊어서도 꽃을 좋아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것이 생겨서 좋다. 꽃이 예쁘다. 꼬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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