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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May 21. 2024

개구리 소리

수정 없는 의식의 흐름

도시인데 개구리 소리가 많이 난다. 개굴개굴 개구리. 개구리 생각하면 어릴 적 아롱이가 나오던 개구리 왕눈이 만화 영화가 떠오른다. 개구리 소리 정겹다. 시끄럽게 느낄 법도 하지만 그 느낌보다는 정겨운 느낌이 더 든다. 매미 소리는 하나도 정겹지 않다. 매미 소리는 시끄러워서 어떻게든 안 나게 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개구리 소리는 한 마리가 울면 다른 개구리도 따라서 우는지 연이어서 들려와서 웃기다. 비 온 뒤 특히 개구리 소리가 잘 들린다. 여긴 정말 도시인데 개구리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숨어 있다는 말은 인간 기준인 거겠지. 개구리는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살 곳에 잘 있다. 개구리가 잘 살길 바란다.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보면 좀 징그럽기도 해. 아주 작은 애 아니고서는 말이지. 개구리 노랫소리가 얼마나 계속 이어질까. 내일 여행 떠나는 딸과 신경전을 벌이고 투닥투닥 한 뒤인데 개구리 소리가 날 중화시켜 준다. 이 말을 하자마자 뚝 그쳤다. 에잇. 개구리. 어디 갔니? 그냥 좀 더 울어. 그냥 좀 더 노래해. 나 너 노랫소리 듣기 좋은데. 개구리 소리가 물러나고 나자 차 소리가 들린다. 이 말을 한 순간 다시 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한다. 호호 좋아 좋아. 개구리들. 계속 울어라. 개구리를 생각하면 염상섭이 떠오른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이게 세트로 생각나. 입에 밴 말. 사실 그 작품을 재미있게, 인상 깊게 읽지도 않았으면서 내 기억 속 개구리는 아로미와 나오는 만화 영화 속 빈틈 많은 개구리 왕눈이와 표본실의 청개구리이다. 또 하나. 엄마 말 안 듣다 엄마 죽고 나자 정신 차리고 엄마 말 들으려 했다가 또 걱정이 생겨서 비 오는 날마다 엉엉 우는 개구리. 그 청개구리가 생각나. 엄마 말 좀 제때 듣자. 아이고. 여행 숙소를 미리 예약하길 바랐지만, 빈둥빈둥 딴 일 하고 놀더니. 여행 갈 곳 숙소가 없다. 이런. 그러련 그러련 그러면서 자기를 알게 되는 거야 라고 생각하다가 검색 1시간이 넘어도 숙소가 아예 없고 남은 숙소 가격이 하늘과 가까운 걸 보고 난 뒤부터 난 성난 개구리 얼굴과 개구리 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어 있다. 말소리도 성난 개구리,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숨소리도 성난 개구리. 에잇. 개구리 소리. 밖의 개구리 소리가 훨씬 안의 개구리 소리보다 듣기 좋다. 엄마 돌아가신 뒤 철든 청개구리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얼마나 슬플까. 예전엔 그 청개구리 얘기가 너무 과장된 그냥 이야기 속 얘기일 뿐이라 생각했었지. 내가 어릴 때는. 근데 어른이 되고 아이들이 크고 나자 그 이야기 속 청개구리? 그거 그거 완전 현실 축소판이다. 이 세상엔 엄마 개구리가 정말 많고 그 엄마 속 썩인 자신 때문에 너무나 후회하는 자식 청개구리가 참으로 많다. 나의 연상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무의식은 감정과도 연관되나? 개구리 소리에 내 감정이 이입될 줄을 정말 몰랐네. 처음 글 쓸 때 나는 단지 개구리 소리가 좋다. 이 얘기할 것뿐이 없었는데. 언제 이렇게 한탄을 하며 내 얘기, 세상 얘기를 하고 있나. 프로이트가 잘난 척하고 가겠네. 그래그래그래 의식의 흐름은 연상 작용이다. 개구리 소리가 다시금 들려오니 기분이 좋다. 내 감정을 중화하고 싶다. 시끄럽게 시끄럽게 계속 울어다오. 나는 나는 지금 네 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다. 개구리야. 


개구리 소리 2024.5.21. 오후 9시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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