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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May 27. 2024

선생님, 양성애... 뭐예요?

학교 현장 에세이

A반은 오늘 영웅 소설 모둠 활동 수업이었다. 모둠별로 주제를 정하고 토의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주제는 '현대 사회의 중요 문제, 그 문제를 해결할 영웅 디자인하기'였다. 문제를 정해야 했고, 그 문제를 해결할 멋진 영웅에 대한 아이디어를 의논하는 시간이었는데...


여학생의 진지한 표정과 이 질문이

"선생님, 양성애 뭐예요?"


'어? 이 모둠은 성에  관한 얘기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교생 선생님께서 앞에서 수업을 하고 계신데 뒤에 서 있던 나에게 학생이 질문을 한 것이어서


교생 선생님 설명 들으라고, 선생님 설명 끝나면 이따 활동할 때 설명해 준다고 작게 얘기를 해 주었다.


잠시 뒤, 교생 선생님 설명이 끝나고 모둠 활동이 시작되었다.

난 그 여학생에게 다가가 자세를 낮추고 작은 목소리로 양성애자가 무엇인지 설명을 시작했다.

"양성애자는 한쪽 성만이 아니라, 다른 쪽 성도 좋아할 수 있는, 그러니까 여자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여자가 여자도 좋아하는 경우. 그.... (여학생 눈이 동그레짐)"


(눈빛이 의아한 빛을 띠며, 입가엔 웃음이 번지며, 옆 짝꿍 여자애랑 둘 다 웃으며 나에게 말한다.)


"선생님, 저 양상이 뭔지 여쭈어 본 거예요. 그 말이 뭔지요."


양상?

학생이 짚은 학습지를 보니, 현대 사회의 '문제 양상'이라는 말이 인쇄되어 있었다.


아이고.... 원.... 참.....

이 상황.

아이들도 웃기겠지?  물론 나도 웃기고.


뒤로 가서 다시 내 자리에 섰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하하하하하하하


"양상이 뭐예요? 선생님"

이거였구나.


모둠 활동을 하다 보면 소리가 웅웅거려서 학생들 말, 진짜 잘 안 들린다.

양성애 양상이


뭔가 비슷하지 않나?

이렇게 내 귀를 위한 합리화를 하며 웃는 오늘 오후 수업이었다.


교생 선생님께서는 그 반 수업을 하고 나오시면서 완전 탈진하셨다.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 이렇게 매일 수업을 어떻게 하세요. 전... 너무 힘들어요."


우리 교생 선생님은 습득력이 참 빠르시다. 뭐 다 빨리 느끼신다. 어떤 반이 하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되니 그 반이 미워진다는 얘기까지, 화를 낼 뻔했다는 얘기, 학생 때 자기 기분대로 화내는 선생님 시간이 불편하고 눈치 보게 되어 안 좋았어서 교생 실습 나오며 절대 학생들에게 감정적으로 화내지 말아야지 결심했다고 나에게 말한 다음 날. 그 얘기를 하셨다. 화를 낼 뻔했다는.


금요일 마지막 7교시 수업 후 말이다.

지난 주말이 대학교 축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졸업 전 마지막 축제일 것 같아 학교 퇴근 후 힘든데 갔었다는 얘기도 하신다. 그리고 몸살 나셨다.        

       

이제, 졸업이 임박한 대학교 4학년 나의 교생 선생님.      

내일은 교생 선생님의 수업 발표 날이다. 정말 오늘 밤 많이 떨리시겠다. 전체 교생 선생님 중 가장 마지막 수업 발표이신데... 내일은 많은 선생님들이 참관을 들어오실 것 같다.                

선생님, 양상을 양성애로 알아듣는 저도 있는데요, 뭘. 파이팅 해 보세요.    

  

멋진 양상으로다가

훌륭한 양상으로다가

화끈한 양상으로다가

기억에 남는 양상이 되게

확 수업해 버리세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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