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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동료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by 퀘렌시아

퇴근 후 협의회가 있는 날.

장소는 식당이었는데, 건물이 헷갈렸다.


그 건물이 그 건물. 네비를 찍고 가고 있는데 협의회 주최 담당 교사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5분 지난 시점에도 들어오지 않아서... 오는 것 맞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온 것이다.


잠시 전화 오기 전, 내가 헤맨 얘기를 해 보련다.

네비가 알려 준 그 건물을 가려면 좌회전 차선을 탔어야 했는데, 난 초행길이라 그걸 모르고 2차선에 있다가 한 블록 더 가서 좌회전을 하게 됐고, 그 건물들 사이의 길은 모두 일방통행 일방통행이라 뱅글뱅글 뱅글뱅글... 도로, 무지 헷갈렸다. 어느 건물인가... 에라. 이 건물인가 보다. 싶은 건물로 난 슝 들어갔다. 이것 아니면 그 옆 건물이겠지 싶어서... 마음이 바빠서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아무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어디든 주차하고 빨리 협의회 장소로 가려고.


막 주차를 한 직후에 그 선생님께 전화가 온 것이다. 찔리는 마음에 난,


이제 막 주차했다고... 지금 바로 올라간다고 말씀을 드렸다.

공지된 식당이 2층이었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서는 바쁜 걸음으로 협의회 장소 '보리밥 집'을 찾았다.


어라... 없네. 어디여. 한 바퀴 다 돌았는데도 없다. 헉... 쫓기는 마음.

다른 날, 다른 협의회라면 이렇게 마음이 쫓기지 않았을 텐데... 오늘 협의회는

'교생 실습 평가회'였기에 모든 교생 선생님, 교장 교감 선생님, 지도 담임 선생님, 교과 지도 선생님이 참석하는 협의회였고, 아... 혹시 내가 아직 안 들어갔다고 시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싶어서 엄청 애간장이 탔다.


아... 차선을 잘못 타는 바람에... 아..... 이런.


이 건물이 아닌가 봐. 옆 건물, 뒤 건물. 이리저리 찾다 안 보여서 어느 부동산에 가서 그 건물 이름을 물어보고, 엄청 빨리 뛰고 걸어서 겨우겨우 해당 건물을 찾아서 들어갔다.


휴.... 아이고 힘들다.

다행히 협의회는 이미 시작했고 교생 선생님들 말씀 간단히 듣는 시간이 있었단다. 내가 간 시간엔 음식이 나오고 있는 상황. 휴... 다행.


맛있게 식사를 하고 협의회는 끝나서 이제 헤어지는 시간.

근데 차가 어느 건물에 있는지 모르겠다.


내 얘기를 들은 00 선생님.

날 데리고 1층까지 와서는

"선생님, 여기 엄청 헷갈려요. 어느 건물이었는지 기억이 나세요?" (기억 안 나요.)

"그 건물 2층에 무슨 상점이 있었어요?" (몰라요... 기억이 안 나요. 난 보리밥 집만 찾느라 정신이 없었어서요.)


이 얘기 잠깐하고 웃으며 모든 사람들과 손을 흔들고 헤어진 뒤, 난 그 건물을 찾아보려 발걸음을 옮겼는데

잉? 이 선생님이 날 잡고는 옆에 선다.

"제가 혼자 갈게요. 걱정 마세요. ^^"

내가 이렇게 말해도 이 선생님, 갈 마음이 없으시다.


길 잃은 아이, 친절하고 예쁜 언니가 나타나 이것저것 물어가며 챙기듯 그렇게 날 어르고 달래며 데리고 다닌다.


'세상에. 아니 안 그래도 된다니까요. 선생님. 선생님 집 가셔야지요. 전 찾을 수 있어요. 찾게 되겠지요....'

는 내 마음이었으나


그 선생님 마음은

"아니요, 선생님. 여기 얼마나 헷갈리는데요. 몇 층에 주차했는지도 모르시는데 그냥 가시면 힘드세요. 저랑 가면 금방 찾으세요."

이거였다. 이렇게 실제 말씀하셨으니까.


아니, 너무 천사 아니신가?


첫 번째 건물을 갔다. 내가 지하 3층에 한 것 같다고 했는데, 그 건물엔 지하 3층이 없었다. 그래서 지하 2층을 봤는데, 없길래 가자고 했는데, 이 예쁜 선생님 왈.

"선생님, 지하 2층 확실할까요? 그냥 나가느니 지하 1층도 확실히 보고 나가지요."

"네? 지하 1층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닌가? (이 말을 하는 동시에 이미 이것도 헷갈리는 나)"

"선생님, 확실히 보고 가요. 그래야 이 건물을 싹 지우지요."

"네!"


이 선생님의 리드 하에 그 건물은 아닌 걸로 클리어!!


다음 건물로 가기 위해 나왔다.

이때 다시 친절히 나에게 묻는 선생님


"선생님, 뭐 기억나는 것 있을까요?(아주 친절히)"

"음.... 도통.. 기억이 안 나는데...... 앗. 주차하러 들어갈 때 메가박스, 파란색 메가박스 간판 봤어요. 헐... 기억이 나네요."

"아, 그럼 그 건물이겠네요. 가 봐요. 근데 그 건물 여기서 먼데... 거기 맞을까요?"

"먼 건 모르겠는데, 메가박스 본 건 확실해요."


그리고 우리는 메가박스가 있는 건물을 찾았고, 내 차 번호를 물은 그 이쁜 선생님은 지하 3층인가 2층인가에서 내 차를 발견하게 됐다. 그러고는 내가 그 차에 딱 타는 것까지 봐야 자기가 편히 집 가겠다고 장난을 치며 말씀하신다.

"아니 아니 아니, 00 샘, 저랑 잠시 올라가요. 음료수 사 드릴게요."

"아, 아니에요. 선생님. 진짜 아니에요."

"아.... 아닙니다. 올라갑시다. 얼른~~~ ^^"


이렇게 꼬시고 꼬시고 꼬셔서 이 이쁜 선생님을 내가 데리고 1층으로 올라갔다.

"지금 그냥 나가면 주차비 내요. 아깝잖아요. 음료라도 마시면 안 낼 텐데."

이게 내가 꼬신 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니에요? 선생님?"

이런 말까지 하며 따라 올라온 이 선생님.


스킨라빈스가 보여 내가 거기로 이 선생님을 데리고 들어갔다.

여기서도 굳이 자기는 안 먹어도 된다고, 원래 먹는 양이 적은 완전 날씬이 선생님인 걸 내가 잘 알긴 하지만. 오늘은 어찌 됐든 안 된다. 뭐든 드셔야 한다. 아주 작은 거라도. 이게 내 생각.


둘이 딜을 계속하다 결국 콘 두 개를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데

이 이쁜 선생님, 다시 아르바이트생에게 확인 사살한다.

"여기서 사면, 주차 할인 되나요?"


헉... 빈틈이 없어. 아까 주차장 지하 1층 볼 때부터... 아주 확실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여기서도 또 확실히 느낀다. 우와, 우리 00 샘, 완전 수학 교사답다. 아주 깔끔하게 뭔가가 나와야 해.


아이스크림은 받아 나오면서 내가 00 선생님께 웃으며 그 말씀을 드렸더니

"그런가요? 그래야 두 번 고생하지 않으니까, 뭔가 확실해야 하니까. 한 번에 확실히."

그러신다. 하하... 교과적 특성이 있긴 있다. 빈틈없이 풀어야 답이 나오는 수학.


난, 아무 건물이나 찍어서 들어가서 좀 헤매다 보면 나오겠지 싶은 생각인데, 00 샘에겐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문제 해결 방식이 나와 아~~~~ 주 다른 것이다. 덕분에 난 엄청 빨리 차를 찾게 되었다. 아니었으면.... 1시간도 헤맬 수 있었을 것 같다.


슈팅스타 콘 & 체리쥬빌레 콘


"저 어릴 때 엄마가 처음 베스킨라빈스 사줬던 맛이 이 슈팅스타예요."

"ㅋㅋㅋ 전 제가 돈 주고 사 먹은 베스킨라빈스 처음 먹었던 게 체리쥬빌레라 이게 좋더라고요."


둘이 콘을 먹으며 웃는다. 서로 손을 흔들고 웃으며 헤어지는 우리.

직장 주변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는 00 샘. 자기 집은 여기서 1분이란다.


정말, 예쁘고 고맙고 착한 나의 직장 동료.

초록색 꽃무늬 원피스를 하늘하늘 입고 와서는

씩씩한 언니처럼, 길 잃은 날 데리고 다니며 결국 차를 찾아준 멋진 사람.


참 예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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