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가 있는 일본, 오늘 새벽 지진이 있었다. 딸이 강하게 느끼고 트위터 검색을 해 봤더니 진도 4-4.5라는데... 외국인들이 모두 숙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놀라워하는데, 일본인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단다. 일본 여행 가서 일본 지형 체험 적당히, 제대로, 하네. 딸내미. 새벽 1시 넘어 지진 대피 요령을 열심히 캡처해서 딸에게 보내줬다. 새로 알게 된 상식, 낮은 건물의 경우, 1층보다 2층, 2층보다 3층이 안전하단다. 딸의 숙소는 3층. 일단 그나마 낫다. 일본은 진짜 지진이 일상이구나. 여행 가서도 일상으로 지진을 느꼈다는 얘기, 들었었는데 딸아이도 그 경험자가 되었다. 더 큰 지진이 아니라 다행이다.
2. 언니와 행복한 시간
쭈꾸미와 수제비를 먹었다. 맛집을 찾아 드라이브를 해서 갔다. 언니와 대화를 오래오래 나누었다. 형제자매가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큰언니가 사준 옷을 입고 작은언니와 쭈꾸미볶음을 먹은 어제, 오빠가 준 스타벅스 스텐레스 텀블러에 보릿물을 넣어 먹은 오늘, 내 곁에 형제자매가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기록한다.
3. 가족독서모임 18차
인천대교를 건너 영종도로 드라이브를 갔다. 남편과 나, 아들. 이번엔 딸이 여행 가고 없기에 셋이 갔다. 발표할 게 없다던 아들은 거의 20분을 발표했다. 아들의 발표 모습을 매번 동영상으로 찍는데, 오늘 어제 아들의 동영상을 보니 너무 귀엽고 좋다. 고2 아들내미 말 자꾸 톡톡 자르며 질문을 해대는 남편. 남편 님!!! 그러지 마시오. 순간 미웠소. 가족독서모임 노트를 보니 첫 모임은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대부도에서 가졌다. 뭐, 꾸준히 계속하는 거다. 그냥. 어머님 편찮으신 시기엔 못 하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야외로 나가서 아들, 딸, 아빠, 엄마가 각자 자기 책을 소개한다. 아, 모든 사람 것, 촬영을 한다. ㅋㅋㅋ 신기한 건, 아들이 굉장히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은근히 즐기는 듯. 나도 귀찮아서 살짝 그냥 넘어갈까 고민되어 영상을 늦게 켜고 있었던 어느 날인가의 가족독서모임 때, 아들이 "엄마, 촬영 안 해?" 하며 챙겨준다. 헉... 너 촬영 반기는구나.
그래, 그래, 그래. 가족의 역사이다. 니들이 나중에 30대 40대 되고 엄마 아빠가 60대 70대 됐을 때, 가끔은 아주 몇 년에 한 번 정도는 이때의 영상을 보며 추억에 젖기도 하지 않을까? 엄마는 그럴 것 같다. 아니더라도 일단 영상은 찍는다. 기록 남겨 둬서 나쁠 일은 없으니까. 부추전이 참 맛있었다.
4. 6시간. 길다.
오늘 느낀 것. 6시간 동안 그 무엇인가를 한 날이다. 그런데 시간이 참 더디 가네. 내가 이 긴 시간, 왜 이걸 하고 있지? 내 안에서 혼잣말이 올라왔다. 비가 온 오늘. 난 왜 이걸 하고 있는 걸까? 내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내가 내어주고 있는데, 내가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은 그 6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나는 왜 할까? 지루하고 힘들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데, 난 이러고 있다. 내가 날 모른다. 그런데도 또 와서 이렇게 있다. 세상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이 마음은 단순히 머리도 아니요, 생각도 아니요, 감정도 아닌 그 무엇이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그 무엇. 그냥,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인생엔 그냥 끌림대로 가는 그 무엇이.
5. 비
비가 좋다. 오늘 비가 많이 왔다. 계속 더 왔음 싶었는데, 지금은 멎은 것 같다. 비와 음악과 타이핑 그리고 글. 종이 노트에 끄적이는 걸 오랜 세월 해 왔는데 요즘은 노트를 꺼내 끄적이는 시간이 줄었다. 오늘 노트를 꺼내 적는데 몇 마디 적고는 더 써지지 않는다. 그냥 멎었다. 글씨 쓰기도 귀찮은 그 어떤 느낌. 그래. 그냥 멎었다. 어제 언니와 대화하며 걷던 들길, 꽃이 참 흐드러지게 예쁘게 폈던데... 언니는 딸이 셋이나 있다. 언니 집에 들어가서 조카딸 셋이 우리가 포장해 간 쭈꾸미와 수제비를 조잘조잘 수다를 떨며 먹는 소리,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듣는데, '아, 이게 행복이지. 아... 우리 언니 가족, 참 다복하다. 이 딸내미들, 어쩜 좋아. 넘넘넘 예쁘구나. 뭐가 저리 좋아 까르륵까르륵 웃나. 피자의 치즈 얘기 하나 가지고 저리도 얘기가 되는구나.' 조카들의 웃음소리가 내가 좋아하는 빗소리를 닮았다. 시원하고 기분 좋고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