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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l 05. 2024

늙어감에 대한 생각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작은언니에게 수업 자료를 받았다. 언니는 노인 요양 센터, 요양원 등에서 어르신들에게 인지 교육을 하고 있는 강사 선생님이다. 언니가 수업 때 사용하는 수업 자료를 내가 요긴하게 받아 쓰게 되었다. 자매가 있어서 좋구나. 언니가 6개월 간 고생해서 만든 PPT자료를 생으로, 공짜로 받아 쓰는 나. 행복한 동생이다.


언니의 수업 자료를 보니,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많은 내용이 나온다. 단어 맞히기 게임도 있다. 속담 맞히는 문제도 있고, 좋아하실 노래도 많다. 그런데 그 자료들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다 인지 학습을 위한 내용 같다. 단어 기억하기, 말한 내용 맞히기, 생활 용어 확인하기 등...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세상에 대한 내용을 잊지 않도록 반복하여 알려 주는 내용들. 마음이 짠하다. 이 노래를 부르고, 이 동화책을 읽으며 어르신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작은언니와 잠깐 통화를 하다 큰언니 얘기를 듣게 되었다. 큰언니가 어제 작은언니 사는 곳으로 놀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냥 놀러 간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큰언니가 조직검사에서 안 좋은 게 나왔단다. 이런. 오늘 퇴근하며 큰언니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큰언니 왈, 오늘 언니 바쁘다. 이게 답이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아들내미가 오늘 집 오는 날이라 언니도 퇴근 후 집에 빨리 가려나 보다. 언니가 아파도 자식이 집에 오는 게 우선이구나. 만사 귀찮을 법도 한데... 내일 시간 맞추어서 만나자고 얘기를 나누었다.


큰언니는 60세이다. 올해 큰언니 손가락 관절 수술도 받았는데... 건강해 보이던 우리 언니, 나이 들었다고 이렇게 몸이 진짜 아파 오는 건가? 큰언니 활력 넘치고 정말 건강해 보이는 사람인데. 언니가 늙어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오늘 처음 했다.  


퇴근 후 밤에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 집엘 갔다. 엄마는 막내딸인 나의 집에서 퇴근하셔서 막 엄마 집에 들어오신 상태였다. 10분 후면 도착한다는 나의 전화를 받으시고는 날 위해 만두 라면 물을 가즈레인지에 올려놓고 계셨다. 계란을 넣어 준다고 하셔서 좋다고 했는데, 계란 모양이 이상하다. 반이 쪼개져서는 마치 찐 계란 빠져나온 듯이 보이는데 이게 뭘까? 엄마에게 물으니, 한 달 전 새언니가 오빠랑 왔을 때 사온 계란인데 냉장고에 오래 있어서 저렇게 얼었단다. 언 계란이라... 먹기 찝찝하다. 그래도 엄마의 "말짱해~~" 이 말에 모르는 척 계란을 먹기로 마음먹는다. 냉장고에 반 터진 "말짱한" 계란이 10개는 있어 보인다. 음.... 며칠 뒤, 와서는 저 계란을 다 해치워 버려야지. 엄마에게는 내가 다 먹었다고 말하고 말이다. 엄마가 요 몇 년 사이 나이 더 드시고는, 예전같이 총명하시지가 않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계란 10개 다 먹었다는 말이 통할 리가 없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해도 금방 믿어버리거나 별로 뭐라 하시 않는다. 총기가 많이 사라지셔서 속여 먹기 쉽다. 엄마가 늙으셨다.


오늘 말씀 중에 기억이 깜박깜박하는 느낌이 있다는 말씀을 하신다. 엄마에게 이 소리는 처음 듣는다. 엄마 본인이 느끼고 계신 거네. 저번에 언니가 엄마 청력 검사를 귀 전문 기관 모시고 가서 받았었는데, 조만간 내가 엄마 치매 검사를 병원에 모시고 가서 받아야겠다. 2년 전에 모시고 갔을 때, 그때는 통과했었는데 그 사이 2년이 지났으니... 다시 모시고 가 봐야겠다.


엄마가 댄스 스포츠 운동을 24년 간 해 오셨었는데, 이번 달부터 안 다니시겠다고 해서 딸들이 걱정을 했었다. 엄마 운동을 계속하셔야 하는데... 엄마 말로는 버스 타기도 애매하고 걸어가기도 애매해서 다니던 동사무소 운동을 안 가시겠단다. 다른 동사무소 댄스 스포츠는 매번 끝나고 회식을 해서 엄마는 그런 모임 안 갈 거라 부담되어 싫으시단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기 싫으시다고 운동을 끊으시겠다니... 엄마답지 않다. 엄마가 요즘 우울해 보인다. 그런 엄마가 마음에 쓰여 퇴근 후 오늘 엄마 집에 간 것이기도 하다.


엄마의 말씀을 듣고 작은 언니도, 나도, 손녀인 내 딸도 할머니를 계속 꼬셨다. 강요는 아니되, 계속,

"엄마, 운동 다니는 게 좋은데, 우리 집 바로 앞 동사무소 댄스 스포츠 있으니, 거기 가면 참 좋겠는데"

"엄마, 운동하시는 게 좋은데. 걱정이다. 엄마 운동해야 하는데!"

"할머니, 운동하셔야 해요. 건강을 위해. 하는 게 좋은데!"


이렇게 계속 사방에서 설득을 했다. 월화수목금 매일 우리 집에 아침 10시에 출근을 하셔서는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엄마. 그 사이 집 바로 앞 동사무소 가셔서 댄스 운동을 하시면 아주 좋겠는데, 엄마 말씀으로는 우리 집 앞 동사무소는 턱없이 15000원이나 다른 데보다 비싸서 싫으시다는 것이다. 아이고 원 참. 엄마에게 내가 댄스 추가비 15000원을 드린다고 다니실 분이 아니다. 그 돈 15000원이 없어서 그러시는 게 아니니까. 다른 곳보다 비싸다는 그 기분이 싫어서 안 나가시는 것이니.


어찌 됐든, 엄마의 운동 끊겠다는 말씀에 자식 여러 명이 운동을 권하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 설득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엄마가 오늘 나에게 말씀을 하신다.

"오늘 너네 집 앞 거기 동사무소 운동 끊고 왔다. 3달치 끊으니 조금 더 할인을 해 주네."

오!!!! 우리 엄마, 최고. 아주 잘하셨어요. 엄마.

엄마가 운동을 등록하셨다니, 내가 신이 난다.


활기차고 당차게, 씩씩하게 생활하시는 우리 엄마가, 오랜 세월 해 오던 운동을 끊겠다고 하시니 마음이 참 안 좋았다. 엄마 이러면 정말 우울해질 텐데 싶어서 말이다. 엄마가 다시 댄스 스포츠 등록을 하셨다니 좋다. 월, 수 댄스 나가시고 다른 날도 동사무소에서 할 것 있나 잘 보시라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또 그러신다.

"난 노래고 뭐고 다 싫다. 노래 부르는 것도 못해."

이렇게.

"아, 엄마, 노래 부르는 게 엄청 좋대. 치매 예방에도 좋고 손바닥 계속 치니까 건강에도 그렇게 좋고 사람들도 만나고, 노래도 하고 하면 정신 건강에도 무지 좋대."

하며 내가 생각한 좋은 점을 누가 그렇게 말한 것처럼 꾸며대며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또 조용히 들으신다. 10년 전만 해도, 펄쩍 뛰며 또 엄마 할 말을 하던 분인데. 엄마가 늙으셨다.


오늘은 늙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작은언니가 뵙는 어르신들, 큰언니의 건강, 엄마의 늙어감.


내 주변의 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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