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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l 11. 2024

사조 영웅전 읽는 딸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매초풍이랑 황용이랑 사매 됐어, 완전 막장이야"


딸이 내 꼬임에 넘어가서 김용의 《사조 영웅전》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2권 끝 부분을 읽는 딸.


노트북을 켜 놓고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생각하고 있는 내 앞에서 딸이 웃으며 날린 말이다.


호호, 너 재미있구나. 그 책.


밤 11시 가족 독서 시간인데, 20분 독서라 며칠 지나면 책 한 권 읽는 딸이, 자꾸 귀찮게 나에게 물었다. 


"엄마, 나 뭐 읽을까? 읽을 것 없어."


이러면서 말이다. 아니, 한두 번 책 읽나... 짜식. 자기가 좀 알아서 보면 좋으련만... 몇 번 내가 추천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들을 너무 홀랑홀랑 빨랑빨랑 읽어버리니... 나도 권하는 게 귀찮았다.


호호, 그래서 잔머리를 썼다.


읽는 데 오래 걸리면서, 재미있는 것. 한 번 읽고 나면 다음 시리즈를 또 읽고 싶어지는 것.


시간 잡아먹는 하마, 김용의 소설 시리즈 ~~~ ^^


집에 천룡팔부, 신조협려, 소오강호,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다 사놨다. 한 시리즈 당 10권씩이니까... 총 50권. 기본 300쪽~500쪽이니... 히히히 아주 시간 넉넉하다. 


"아, 참아야지. 이제 싸우는 중간인데!"


꾹 참고 다음 권을 안 잡고 자기 방에 들어간다. 지금. 딸이. 20분 독서인데 앉아서 50분 독서하고 들어가네.


자, 한동안 나에게 책 뭐 읽을까 묻지 않겠지. 하하. 좋다.


자식에게 책을 권하는 게 내가 자식 키우면서 가장 힘쓴 일인데, 


습관 들이느라 어린 시절부터 매일 10분 독서, 20분 독서


 온 가족이 매일 같이 앉아 읽는 것을 지금까지 해 왔는데


아이들은 아직도 항상 '아이 모드'이다. 


귀찮다. 


에구구, 귀찮아. 좀 알아서 척척 읽으면 편하고 좋겠다. 한 5년 후엔 그럴 수 있을까? 


난 오늘 홉스에 대해 읽었다. 


리바이어던의 철학자 홉스는 생각보다 참 평화를 사랑한 사람이었구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며 삶을 이어나갔다네. 왕당파에 붙었다가 왕이 죽임 당한 뒤에, 왕 죽인 크롬웰 보호 아래 


숨었다가, 다시 다른 왕이 즉위할 때 그 왕의 즉위를 열렬히 환영하며... 그렇게 길게 살았단다. 


91세에 죽었다는 홉스. 


독신으로 91세까지 살면, 외로울까? 안 외로울까? 


그게 문득 궁금한 야밤.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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