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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Jul 20. 2024

가슴 먹먹, 눈물 왜 날까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오늘 동사무소를 갔다. 80대 정도의 할머니께서 일을 보러 오셨다. 나는 가운데 창구에서 서류 신청을 하고 있었는데, 그 할머니께서는 내 왼쪽 창구로 가셔서 일을 보셨다. 지문을 찍으시던데 찍는 법을 잘 모르시니 여자 직원이 팔을 길게 뻗어서 할머니 손을 잡고 가져다 댄다. 할머니의 엄지 손가락이 많이 늙었다. 뭉뚝하시다. 키도 작으신 할머니. 직원이 묻는다.


"선생님, 아버님 성함이 뭐지요?"

"누구요?"

"선생님, 아버님 이름이요."


요즘 많은 곳에서 손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저 상황에서는 참 불편해 보인다. 할머니 헷갈리시게... 무슨 선생님.

그냥 "할머니, 할머니 아버님 이름 기억 나세요?" 이 정도면 좀 더 의사소통이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상황.

"내 아부지요? 예, 최.... 최...."

"아, 아버님 성함 기억이 안 나세요."

"예..."

 

"그럼, 선생님, 어머님 성함이 뭐지요?"

"예, 엄마는... 김.. 알아요. 김........"

"........ 엄마 이름은 김....."


여기까지의 장면이, 내 가슴속에 쑤욱 들어왔다.

 

밤에 친구들과 만났다. 몇 시간을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데, 오늘 동사무소에서 봤던 장면 얘기를 했다.

"어떤 할머니가 오셨는데, 직원이 '선생님, 아버님 성함이요?'하고 물어. 무슨 선생님이라고 하냐, 할머니 헷갈리시게. 근데 할머니께서 아빠 이름을 '우리 아부지는 최..... 최....."그러시는 거야... 아빠 이름이 기억이 안 나셔가지고..."

 

친구들에게 얘기하며 상황이 웃겨서 다들 웃으며 얘기를 하는데.... 왜 눈에서 눈물이 나는 걸까?

휴지를 달라고 해서 눈물을 닦으며 다음 얘기를 했다.

"이제 직원이 '선생님, 어머님 성함은요' 그래... 그런데 할머니께서 다시 '우리 엄마는 김.... 김.....' 그러셔.... 엄마 이름이 기억이 안 나시는 거지...."

눈물이 막 흐른다. 말을 못 하겠다.


친구 하나도 듣다가 운다. 왜 눈물이 날까.... 나 분명히 동사무소에서는 울지 않았는데.... 난 그 장면이.... 웃긴 게 아니라... 슬펐던 것이다. 말하면서 눈물이 저절로 날 정도로 슬펐구나....


내 얘기를 들은 친구가 자기 얘기를 한다.


"나 저번에 우리 동네 걸어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머리에.... 미용실 캡을 쓰시고.... 다니셔... 지나가던 아저씨가 가서 물으셔. 그런데, 할머니는 어디 미용실인지 모르시고.... 머리 파마 말았는데... 미용실을 모르시고...."


얘기하며 친구는 너무 웃겨서... 그 상황과 장면이 웃기긴 한데... 파마 구루퍼도 할머니가 못 풀 상황인 게... 너무 기가 막혀서.... 울면서 웃으면서 얘기를 했다.

그 뒤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친구는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데, 어느 날 어떤 할머니가 경비 서시는 분 잠시 자리 비우실 때 학교에 들어오셨나 보다.

"할머니 여기 학교인데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

"몰라요, 난 집하고 내 이름만 알아요.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어요."

이러셨단다.


오늘 친구들과의 대화는 슬펐다.

지금 쓰면서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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