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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렌시아 Aug 10. 2024

회식 때 만난 이들

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키 큰 여인 A, 옆에 같이 섰는데 엄청 크다. 내가 들던 양산을 그녀가 들겠다고 가져갔다. 그래, 그게 낫겠다.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의 그녀이다. 6살 아이에 대한 애정이 그녀의 이야기 속에 뿜뿜 뿜어져 나온다.


스케쳐스 신발을 신은 남자 B, 고뇌하는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나 삶의 무게, 현실의 복잡함이 이 남자를 꽉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생긴 건 호탕한 남아상인데, 안타깝게도 찌그러진 주눅상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 해야 할 많은 역할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으로 보인다.  


가가멜 닮은 담배 피우는 남자 C, 말이 화통하다. 직격포의 시원스러운 말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바로 옆 B는 C의 말에 열받아하는 게 보인다. C의 권위 때문에 B는 삭인다. C가 알까? 그런 C가 회식 후 20대 젊은 남성과 맞담배를 피네. 이런 면을 보면 권위주의자는 아닌 듯도 보이고.  


상큼 발랄 젊은 D 여성, 예쁜 원피스를 입었는데 얘기하다 포크와 나이프를 원피스 위아래로 다 훑고 내려가는 형태로 떨어뜨렸는데 전혀 옷에 상관하지 않고 자기 하던 얘기를 계속한다. 독특한, 매력적인 캐릭터. 옷 걱정을 하며 호들갑 떨지 않고 얘기에 심취한 모습이 예쁘다. 치마에 얼룩 많이 묻었는데.


하얀 머리 숭숭 50대 후반 E 남성, 예쁜 눈을 가지고 있다. 옆에 앉은 동료 F와 단짝이다. 나이 차이가 15살인데, 둘이 친구이다. 보기가 좋네. 자기 전문 분야에서 계속 협업하는 동료인데, 서로 어려운 일을 같이 해낸 동료라 전우애와 편안함이 느껴진다. 느끼한 느낌 전혀 없는 남녀 동료 둘의 모습이 보기 좋다.


예술가인 40대 여성 F, 그녀가 예술가라는 느낌은 겉으로 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도인 느낌, 자연인 느낌인 그녀. 앞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하다 보니, 예술 세계,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한 의식이 확실하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현재에 만족한다는 그녀. 디자인, 심리학, 철학. 끝도 없이 계속 공부하는 그녀. 멋지다.   


평소 업무 영역에서 볼 때, 사회성이 뛰어나지 않을 것 같은, 말도 조곤조곤 웅얼웅얼 말하는 50대 남성 G, 밖에서 사적으로 이렇게 만나니 사회성 정말 뛰어나고 너스레도 떨며 끊임없이 대화를 이끌어 가네. 어디에서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 이리도 달리 보이다니, 이 또한 신기하네. 인도 커리 집 말고 레스토랑으로 장소를 바꾸자고 한 사람도 G다. B에게 아주 적절한 조언을 한 총무다. 아주 옳은 선택이 됐다.  


이 모든 사람을 보고 생각하는 여성 H, 그녀는 평소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회식 자리 테이블에 앉아서는 앞, 옆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조용해서 몰랐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다니. 부담되는 힘든 브리핑 할 사람을 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H가 하면 적절하겠다며 입을 맞춘다. 기는 적임자가 아닌 것 같다며 H는 브리핑 맡는 일에 손사래를 친다.


얘기하다 정신없이 입 넣어버린 그 무언가의 이상한 음식. 도대체 이 음식이 뭐였는지 무지 궁금하다. 왜 젓갈 비린내가 나는지. 양식 집에서 먹은 샐러드인데. 얘기하느라 뭘 먹었는지 모르겠는 난, 회식 풍경을 그리는 글을 쓰면서도 자꾸 그 음식의 맛과 느낌이 올라온다. 뭘 먹은 걸까? 샐러드 위에 어찌 젓갈 냄새나는 갈색 빛 무엇이 있었단 말인가. 그걸 어렴풋 봤으면서 왜 입 속에 넣었을까. 얘기하는 입과 움직이는 손이 각자 자기 일 하느라 바빴다. 뒤늦은 궁금증과 후회. 소용이 없는데... 내일 배탈이 안 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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