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맵과 자유연상

수정 없는 의식의 흐름

by 퀘렌시아

책을 샀다. 교보문고에 갔다. 시원하다. 바로드림을 하려는데 바코드 인식 창이 안 뜬다. 책 제목 입력을 하고 샀다. 서점에 오래간만에 간다. 큰 아울렛에 오래간만에 간다. 삼송빵을 사 왔다. 옥수수가 들어간 삼송빵. 비싸다. 옥수수 안 좋아하는데 삼송빵 옥수수 맛있다. 생각 정리의 기술 책이 노란색이다. 요즘은 책 광고 띠지를 표지에 같이 인쇄해서 넣은 것도 있구나. 이게 낫겠다. 집에 모아 둔 띠지. 너무 많다. 책 광고 내용. 나름 괜찮은 내용일 때도 있는데 책과 분리되어 있어서 어느 놈이 어느 책과 한 세트인지 알 수가 없는 경우 많다.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책을 예전에 읽고 쇼킹했었다. 한동안 따라 했었다. 미술치료 공부를 할 때, 학술대회 갔다가 거기서 들은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정신 병리 강의가 아주 좋았었다. 정신 병리, 기분 장애에 대해 마인드맵을 그려 봤었다. 중심 이미지를 우중충한 버드나무로 그린 나의 마인드맵. 나름 마음에 들었다.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복잡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도 되고 해서 좋았었는데, 그 뒤로 안 하게 됐다. 토니 부잔 책만으로는 내가 하는 이 방법이 맞나 싶어서 좀 쫓아 하다 만 것 같다. 오늘 서점에서 마인드맵 책을 보게 됐다. 샘플 그림 그린 게 많아서 유레카. 외쳤다. 음. 좋아. 보고 싶네. 간만에 책을 샀다. 책을 몇 백 권 버렸다. 몇 개월 전에 큰 마음먹고 책장 속 책 정리를 싹 했다. 그 뒤, 이제 책 사는 걸 참았다. 웬만하면 안 산다. 서점도 안 갔다. 서점 갈 시간도 없었다. 이건 핑계일 수도 있을까. 뭐. 그렇지. 그래도 바쁘기는 했다. 근데 책 안 사니까 책장 더 넘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데 오늘 책 한 권 살림 또 늘렸다. 사실 어제도 책을 두 권 사서 오늘 집에 새 책이 세 권 들어왔다. 세 권. 음. 책 사는 소비. 그것도 나에게 유세였다. 날 위한 소비. 그 만족감. 스스로에게 하는 유세. 오랜 세월, 책을 많이 많이 샀다. 읽기도 많이 했지만, 이젠 다시 안 볼 그 쌓인 책들. 읽은 것들 중 다시 안 볼 책들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버리기로 결정했다. 몇 개월 전. 처음으로 책을 대량 버렸다. 책도 짐이다. 책도 내 욕심일까. 내 허기짐일까. 허기짐을 채우고 싶었다. 어려서 집에 책이 없었다. 책 사는 게 행복했다. 지름신이 책으로 많이 갔다. 버리고 책장에 남은 책들은 보니까 고전 책들. 그것들은 남더라. 역시 고전. 고전은 버리지 않는다. 다이어트 책들. 다 버렸다. 요리 책도 나랑은 상관없는 책이더라. 나중에 해 먹을까 싶었으나 10년 넘게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책이었다. 그 책들의 정체는. 마인드맵은 확장형, 방사형이다. 생각의 가지를 뻗쳐 나간다. 자유연상도 그렇다. 이 수정 없는 의식의 흐름 글도 그렇다. 수정 없이 쭈욱 쭈욱 뻗쳐 나간다. 명상을 하다 보면, 엉뚱한 게 올라온다. 그 엉뚱함 속에 놀라운 발견이 있다. 뭐가 됐든 명상 중 올라온 엉뚱한 단어와 아이디어, 감정은 깨달음이다. 의자를 버렸다. 아들 의자. 이제 보니 그 의자는 내가 돈 주고 산 의자도 아니었다. 의자를 버렸다. 오늘 아들이 고른 듀오백 의자가 왔다. 마음에 든다. 편하다. 안 비쌌다. 그래. 명상 중엔 별 생각이 이렇게 다 올라온다. 명상 중 올라온 생각은 엉뚱하지만 일상의 내가 모르던 걸 알려 준다. 그 엉뚱함이 자유연상이나 의식의 흐름과 약간 통한다. 완전 같지는 않다. 명상에서 올라오는 그 생각들, 떠오름이 더 원초적이다. 무의식, 잠재의식. 전의식. 뭔 의식. 어찌 됐든 그 올라옴을 눈물로 수용할 때가 종종 있다. 오늘은 독서실에 왔다. 호호. 이야. 정말 올해도 정신없이 달리고 있다. 힘들고 고되다. 토일토일토일토일. 매주 토일을 내 개인 시간 없이 쏟고 있다. 현재 나의 한 해는 그렇다. 내가 선택한 삶의 결과이다. 올해는 이 삶을 계속 살아야 한다. 토일은 휴일이다. 토일도 일한다. 토일도 마음이 쫓긴다. 오늘 하루 아울렛에 콧바람 쐬러 갔다. 가서 삼송빵을 사왔다. 독서실에서 이따 오늘 저녁으로 삼송빵을 먹을 거다. 휴게실에서 커피랑 먹을 거다. 삼송빵을 먹으며 직장 일을 할 거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다. 미루지 말고 해야 하루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바쁜 게 힘들고 지치지만 바빠서 젊은 거다. 늙으면 이 바쁠 일도 없어진다. 우리 엄마는 매일 노래를 듣는다. 엄마 집에 TV가 세 대라고 엄마는 행복해한다. 아들이 사 준 큰 TV, 손주가 회자 취직하고 무슨 기념으로 회사에서 선물로 준 TV, 결혼하며 손주가 보던 TV 버리기 아까워서 할머니네 갖다 놓은 TV. 거실과 방마다 TV가 있다고 엄마는 자랑한다. 엄마 평생, TV가 세 대인 호사를 누린다. 엄마 85세. 우리 엄마 평생, 가장 부자인 시기이다. 엄마는 노래자랑만 보신다. 트로트 뭐시기 그 프로가 엄마의 유일한 친구이다. 엄마 집 소파에 앉아 내다보는 바깥 풍경, 지나가는 사람들도 엄마의 친구이다. 그냥 친구라고 이름 붙인 것뿐이지 진짜 친구는 아니다. 엄마는 크게 할 일이 없는 노인이 되셨다. 노인이 되면 외롭다. 그 적적한 시간을 견뎌 내는 게 노년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게 노년이다. 노년엔 큰 일, 크게 할 일, 이게 없다. 그냥 그 시간이 그 시간. 다 같다. 그 노년에 직장에 다니는 사람 얼마나 되겠어. 나는 아직 노년이 아니다. 장년의 이 바쁨을 감사히 여긴다. 힘들어도 집에 일 없이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노년의 삶. 나에게도 언젠가는 온다. 지금의 이 토일토일토일토일의 바쁨을 피곤하고 숨 헐떡거리더라도 감사히 여긴다. 토니 부잔의 마인드 맵 아이디어는 쓸모가 있을 것 같다. 오늘은 혹 해서 이 책을 또 사 왔는데 내가 각양각색의 색연필과 사인펜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며 마인드맵 그리는 걸 하려나? 나도 모르겠다. 지금은 혹 해서 사 왔다. 한두 번은 할까? 독서 기록장을 손글씨로 써 왔다. 여기 브런치엔 독서 기록 가끔 타이핑 쳤지만, 나의 메인은 공책이다. 공책 독서 기록장을 손으로 만지면 참 좋은데, 요즘 그것도 예년처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다. 힘들다. 어제 아산에 아들과 드라이브를 갔었다. 아들과 쭈꾸미도 먹고 왔다. 아들은 쭈꾸미 먹다 코피를 흘렸다. 코피를 재빨리 처리한다. 코 점막이 약하다. 그 안을 지지고 싶어 한다. 의사 선생님이 왜 바로 안 해 주시고 지켜보자고 하셨지? 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 이 생각 정리의 기술 책 저자는 의사 선생님이다. 의사 선생님이 바쁠 텐데도 이런 책도 쓰셨네. 아까 우리 반 아이, 내신 성적 통계치를 카톡으로 보내 주었다. 필요해서 아이가 두 번이나 부탁했다. 아이들도 바쁘다. 방학 때인데도 학원 가랴 입시 상담받으랴. 삶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삐 움직인다. 누구나에게나 자기 쳇바퀴가 있는데. 우리 딸내미의 쳇바퀴는 오후에만 움직인다. 방학해서 낮과 밤이 바뀌었다. 오전과 낮에 계속 잔다. 딸내미. 나의 사랑하는 딸내미. 이 아이의 쳇바퀴가 바쁘게 바쁘게 움직일 그때가 언제일지 궁금하긴 하다. 내 쳇바퀴는 오늘도 좀 바쁜데 우리 딸 쳇바퀴는 침대에서 멈춰 있다. 휴식기가 긴 젊음이다. 의식의 흐름, 이 책이 날 오늘 브런치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