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마법을 부리고 싶었던 순간

얼굴 화끈, 부끄러웠던 순간

by 퀘렌시아


사라지고 싶었다. 장소는 김밥 천국. 세상에 태어나 진정 처음 어디로 들어가 버리고 싶었던 강한 기억.

나는 식탐이 많다. 그 김밥 천국은 반찬을 셀프로 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반찬 칸은 저 깊숙한 곳, 안쪽에 있었다. 김치찌개와 밥을 열심히 먹은 나. 밥을 3분의 1도 안 먹었는데, 반찬은 이미 싹싹 없어졌다. 이런. 반찬을 먹어야 하는데.. 그때 남자 직원이 보였다. 교양 있게, 물어야지.

“저, 반찬 좀 더 주시겠어요?”

“예, 저기서 퍼 가시면 돼요.”

오호라, 신나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가게 스타일. 역시 셀프 맞네. 반찬을 무한리필 할 수 있는 곳.

여긴 역시 좋아. 반찬을 난, 정말 신나게 퍼 담았다. 산처럼 담았다.

두 번 나오기는 뭐 하니까, 한 번에 많이 퍼야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숨고 싶다.

그 뒤의 참사.



신나게, 맛나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주방 근처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젊은 남자 주인의 엄마가 주방장이신데, 그분이 직원들을 소집했다.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으나

그 분위기...

내 쪽을 쳐다보며 직원들을 혼내고 있었다.

밥이 반도 더 남았는데... 남기고 계산하고 나갈 수도 없고,

그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감당해 내며 그렇게 앉아서 먹기도

정말 곤혹스러웠다.


아.... 나의 이 식. 탐. 이여.

정말 탐욕이구나. 정말 나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나의 그런 모습이 일하는 그들에겐 수군댈 거리였고 그 남자 직원은 주인장한테 혼까지 났다. 나 때문에...

교양은 무슨! 추한 사람이 되어 구경거리가 됐다.


'중도'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구나.

셀프 코너에 가서도

욕구를 절제할 필요가 있음을 진정 체득했다.


식욕이 아닌 식탐은 창피한 일이구나.

소멸 마법을 진정 원했던 하루이다.



그날 난 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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