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2020년 12월 24일 오후, 20명 넘는 카톡방에 랜덤 선물 뽑기 메시지가 도착했다. 뭐지? 눌렀는데
"야호!!! 당첨이다!
카톡 선물에 이런 게 있구나.
추억의 그 맛, 빙그레 '바나나 우유' 선물에 당첨됐다.
기분이 참 좋네. 작은 선물, 큰 기쁨. 아! 재밌어!
누군가의 나눔이 작은 기쁨을 주는구나! 25명 중 나, 됐다. ㅎㅎㅎㅎ 기분 좋다.
<이야기 2>
카톡 랜덤 선물의 맛을 알게 된 나. 바로 응용. 여러 명으로 구성된 카톡방 여러 개에 랜덤 선물을 뿌렸다.
가나 초콜릿, 페레로로쉐, 바나나 우유, 우유속에딸기과즙.
당첨자들은 16살 아이부터 60대 어른까지. 많다. 오후 시간 내내 카카오페이 결제를 여러 건 했다. 작은 투자, 큰 기쁨. 더불어 깨알 재미. 지인들과 나눔의 기쁨을 같이 누렸다. 형식적으로 주고받는 '메리 크리스마스'말보다 단돈 1000원~2000원대 선물이 주는 작은 나눔의 재미. 좋았다. 경험해 보니 랜덤 선물은 싸야 좋다. 비싸면 재미가 없다. 받는 사람 부담되고. (부담된 내 조카 얘기. 밑을 보시라)
<이야기 3>
2020년 12월 24일 오후, 『바실리 수호믈린스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책 본문에 교육자 수호믈린스키가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기여를 하고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내용이 나왔다. 문득 '내 아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느끼게 해 주고 있는가? 그 경험을 느끼게 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은 중요하다. 해 본 것 하고 말로만 해야 한다 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고로, 나눔의 기쁨, 그 과정에서의 감정적 교류. 나눌 대상을 선정하고, 그들을 위한 선물을 고르며 느끼는 경험들. 그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처음 해 보는 미션이다. 책 읽다 문득 떠오른 생각, 올 크리스마스에는 나눔의 기쁨 미션 3가지를 했다.
나눔 미션1. 엄마인 내가 5만원을 주고 아이들 스스로 주변 지인에게 선물을 주게 하는 것. 지인 선택과 선물 종류, 가격대 모두 아이들이 생각해 보고 고르게 하는 것. 친구들, 친척들이 대상이다.
나눔 미션2. 가족 내 마니또 뽑아 선물 주기. 엄마, 아빠, 아이 둘. 넷이 금액은 똑같이 한다. 선물은 비밀. 사 달라는 것 사주는 것이 아니라 비밀리에 상대를 위한 선물을 골라서 사 주기이다.
나눔 미션3. 위 2가지 미션을 잘 완수하면 돈 선물 2만원. 엄마가 둘에게 준다.
미션1의 금액은 맨 처음엔 3만원으로 했다. 애들한테 5만원은 큰돈이라서 말이다. 그런데, 친척들까지 아이들이 혹시 선물을 한다면.... 3만원으로는 인원이 한정되어 내가 생각한 그런 감정들을 애들이 못 느낄 것 같았다. 그래서 5만원으로 변경했고,
미션2는 가족 내 크리스마스 선물하기 금액으로 1인당 1만원을 생각했다. 이거야 진짜 자기 용돈으로 하는 거라 큰 금액으로 잡지 않았다. 애들이 돈 아까워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중3인 첫째 딸아이 왈,
1만원으로는 뭐 사주기 애매하다고 2만 5천원은 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럼 니 돈이 많이 나가는데? 하고 물었더니 그래도 그게 낫단다. 받기도 하니깐. ㅋㅋ. 중1 아들도 그게 좋단다. 그래, 그럼 니들도 남는 게 있어야 할 맛이 날 테니(?^^) 2만 5천원 가족 선물을 하면 나눔 미션3, 엄마가 주는 현금 선물을 2만이 아니라 3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애들은 아주 신나 했다. 선물도 받고, 돈도 생기니 말이다.
나야, 돈은 많이 쓰지만, 코로나로 완전 집에 콕 박혀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는데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싶었고, 가족이라도 서로 챙기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이 정도 투자는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 9시에 모이기로 했다. 선물 줄 대상 정하고, 낮에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다 주고 밤 9시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딸아이는 16살이라 카카오페이로 내가 송금해 줄 수 있어서 지인들에게 선물을 다 주고 왔다.
딸아이는 낮에 계속
"아, 행복해. 아 좋아. 나 이런 거 정말 좋아! 나 원래 사람들한테 선물하는 거 좋아해.'
하면 연신 행복해했다. 딸은 친척 언니, 오빠들, 할머니, 친구들 열 몇 명. 총 18명에게 선물을 했다. 우리 집에 매일 오시는 할머니를 위해서는 니트 손장갑을 골랐는데 그것까지 사면 돈이 9천원 모잘랐다. 전혀 고민 없이 자기 용돈 9천을 더 보태서 그 선물을 산 딸. 그래. 딸아, 그게 엄마가 노린 거다. 니 돈도 쓸 수 있게 되는 것. 그 마음을 내는 것.
아들은 만 14세가 안 되어 카카오페이를 나에게 받을 수도 없고 여러모로 불편했다. 결국 내 카톡으로 선물을 사서 다 자기한테 보내고, 다시 그걸 이미지 캡처해서 선물 줄 사람에게 주는 방식으로 선물을 줘야 했다. 복잡하고 힘든 상황. 아들은 5만원 선물을 달랑 두 명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이모네 형과 삼촌네 형에게. ㅋㅋ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2만 5천원 짜리 두 개로 깔끔하게 끝냈다. 선물 금액이 크니, 어린 동생에게 비싼 선물을 받은 대학생 조카는 아들에게 뿌링클 치킨 세트를 선물로 보냈다. ㅋㅋ 천원대가 아닌 그 비싼 선물을 동생에게 받으니... 대학생 조카 주머니가 탈탈 털리게 된 것이다. 동생에게 다시 선물 주느라.
오늘의 교훈, 비싼 선물은 부담돼. 이 조카, 우리 딸아이한테도 페레로로쉐 받고는 1만원대 립밤 선물을 보내 주었는데... 밤엔 아들놈이 또 케이크를 보내 버렸으니... 갑자기 돈을 쓰게 된 조카. 이게 웬일인가 했을 것이다. ㅋㅋ 고모가 다음에 보면 용돈 줄게. ^^
이번 나눔 미션! 딸아이가 많이 좋아했다. 친구들에겐 선물을 안 한 이유를 아들에게 물으니, 아들 왈 애들 반응이 별로 일 것 같아서란다. ㅋㅋ 중1 남학생들의 생리를 잘 아는 나로서는, 그 말에 공감이 많이 되어서 웃으면 인정해 주었다.
가족 마니또 미션. 재미있었다. 난 남편이 마니또라 남성 로션을 주문했고, 남편은 내가 마니또라 귀걸이를 주문했다. 딸아이는 아들이 마니또라 인터넷으로 후드티를 주문했고, 아들은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더니 손난로를 샀다. ㅍㅎㅎㅎㅎ 아들의 마니또는 누나. ㅋㅋ 딸아이가 살짝 불쌍했는데, 선물로 고른 손난로가 1회용이 아니라 전자 손난로라 예뻤다.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무슨 손난로?" 했다가 선물 이미지를 보고는 딸아이도 예쁘다며 좋아했다. 모든 교감이 끝나고, 엄마인 나는 미션3을 수행했다. 현금 3만원을 슝슝 기분 좋게 주었다. 가족 마니또 미션. 재미있고 좋다고 내년에도 또 하잖다.
<이야기 4>
202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1층 우편함에 나가 보았다. 왜냐하면 선물 올 것이 있어서 말이다. 혹시 하고 나갔더니,
웬 걸..... 범칙금 고지서... 헉..... 6만원인가 7만원인가.... 남편의 속도위반 딱지 같았다. 흠.... 그 뒤에 두툼한 종이가 있어서 봤더니,
우앙. 왔다. 선물. ㅋㅋ
브런치 작가 whalestar님께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본인의 작품 사진을 보내 주시는 것을 했었는데, 내가 선착순에 들어서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우와, 기뻐라. 남편의 범칙금을 보고 눈이 찢어졌던 게 whalestar님의 작품 선물을 받고 입을 찢어지는 걸로 바뀌었다
너무도 고맙고 소중한 선물. 손편지까지 써 주셨다. 이 사진 작품을 그냥 둘 수는 없다. 작품답게 보관해야지. 인터넷에 들어가서 빛의 속도로 액자를 골랐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액자가 왔다. 두말이 필요 없다. 작품을 보시라.
정말, 예술이다. whalestar님의 나눔이 나의 크리스마스를 진정한 크리스마스로 느끼게 해 주었다. 나눔의 마음을 받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준 whalestar작가님. 감사해요.
<whalestar님이 선물로 보내 주신 작품, 액자는 내가 골랐다^^>난 이 세 작품 모두 좋은데, 특히 저 가운데 작품... 정말 좋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 탁 트이는, 해방되는 느낌. 든다. 가족 모두에게 물었다. 난 2번-1번-3번 순서로 좋고, 남편은 1번-2번-3번 순서로 좋고, 딸은 3번-2번-1번 순서로 좋고, 아들은 2번-1번-3번 순서로 좋단다. ㅋㅋㅋ (왼쪽부터 1.2.3번)
2020년 올 크리스마스는 나눔의 기쁨이 있는 크리스마스였다. 코로나로 집 안에만 콕 박혀 있는 크리스마스였지만,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낀 크리스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