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아이를 알기 위해 갔다. 내 아이에게 이게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 이 분야가 도대체 뭔지 알려고 갔다. 알면 내 애를 보내도 될지 어떨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다.
수업은 선생님의 이론 강의, 그 뒤 이어서 실습을 하는 형태로 매번 진행됐다.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나는 선생님께서 지도해 주시는 대로 잘 따랐다. 미술치료라는 신기한 학문이 마냥 재미있었다. 이론도 좋았고, 실습은 더더욱 좋았다.
실습을 해 본 지 얼마 안 되고부터, 난 이런 느낌을 느꼈다.
'음, 재미있다.'
'음, 그림 못 그려도 돼. 내 건데 뭐. 나만 보는 거야.'
'어, 그런데 왜 울컥 기분이 이상하지?'
'잠깐만.... 저분 작품에서 저분이 느껴져.'
'못생긴 내 작품, 그런데 난 이게 좋네. 그냥 내 작품을 보고 있고 싶어.(가슴이 몽글몽글...그런 느낌, 때론 스멀스멀. 찌릿찌릿하는 느낌)'
느낌은 이런 식이었다. '움직임이 있는 집, 나무, 사람(KHTP)'을 그리게 된 어느 날, 그 그림 속 '사람'은 현실의 나였다. 나무 속에 열매를 그려 넣은 내 그림. 자신의 그림에 대해 말하는 시간, 열매 하나하나에 우리 가족의 이름을 붙이며 얘기를 하고 있는 나, 난 나도 모르게 현재의 내 생활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림 얘기를 하는데 왜 내 얘기가 나올까.
"전, 지금 제 아이들과 떨어져서 지내요. 같이 살고 있지 못하지요. 달랑달랑 달려 있는 이 열매들, 우리 아이들. 우리 가족 넷이 한 나무에 있네요. (......)"
나도 몰랐던 해석이다. 그림을 그렸을 뿐인데, 내 생활이 나오고 내 소망이 나온다. 말하기 전엔 그 그림이 그렇게 설명될 줄 몰랐다. 내 슬픔과 내 간절함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내 답답함과 울적함이 같이 묻어 나온다. 작품을 그리며 난 행복했는데, 작품에 대해 얘기하며 난 슬펐다. 내 처지가 '훅'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