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아이

아이의 마음속 소리

by 퀘렌시아

청소 시간


난 매우 바쁘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각자의 용무를 본다.


"선생님, 1분단 청소 검사요."

"선생님, 체험학습신청서 주세요."

"선생님, 저 이과인데 확통 안 해도 될까요?"

"선생님, 교육과정 선택 저 어떻게 하지요? 아..."

"선생님, 저 3분단이요."


등등등


입이 여덟 개는 필요하다. 정신없이 15도 간격으로 고개를 꺾어 가며 아이 하나하나를 상대한다.

오늘 날은 왜 이리 더운지, 땀이 삐질삐질 난다.

아이들은 계속 종알종알.


근데 ㅋㅋㅋ 귀여워. 요 고1 꼬맹이들.

그 와중에, 한 아이가 와서 말한다.

"선생님, 저 음악실 가고 싶은데, 선생님이 허락 좀 받아 주시면 안 될까요?"

"음악실? 왜?"

"피아노 치고 싶어요."


아! 그렇구나.

피아노가 치고 싶구나.


내 머릿속은 다양한 생각이 지나간다. 요 아이를 아는 나.

올해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와 있는 요 아이.

걱정되어 정말 가정방문 가기 직전의 아이.


내가 꼭 들어줄 부탁이다. 난 꼭 이 아이의 마음을, 그 마음을 들어주고 싶다.

아이들의 자잘한 모든 요청을 해결해 주고, 난 이 아이를 뒤에 두고 음악 선생님을 찾아 교무실에 갔다.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다행히 음악 선생님이 계시다.


"선생님, 저희 반 아이가 피아노가 치고 싶다고 해요. 음악실 좀 쓸 수 있을까요?"

"아이만 있으면 안 되는데 어떡하죠."

"제가 같이 있을게요. 잘 쓰고 열쇠 제가 반납할게요. 선생님."


초록색 개구리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쥐고 그 아이와 음악실을 가는 나. 그 열쇠를 쥔 손이

자부심으로 신이 난다. 열쇠 빌리는 일, 아이가 하기 힘든 일을 내가 해결해 주었다는 만족감.


아이 옆에 남자 친구가 있다. 쫄랑쫄랑 함께 온다.

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 우와 우리 학교 음악실 완전 멋지네. 오... 피아노.. 이거 뭐야. 굉장히 멋지다.


그 아이가 말한다.

"아, 선생님 계시면 저 못 해요.(특유의 삐친 말투)"

"아, 나 너무 더워. 야 여기 시원해. 몰라. 넌 니 일 해. 난 내 일 할게. 나 여기 있어야 해."


한 번 튕기고는 꼬리 내리고 띵가띵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는 아이.

피아노 잘 못 치는 아이의 장난 같이 똑똑 끊어지는 소리들. 날 의식한 건지, 쑥스러운 건지, 그렇게 몇 분을 친다.


난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두 아이의 모습을 살짝 본다.

예쁘다.

여자아이, 남자아이.


조금씩, 조금씩 곡 비슷한 걸 친다. 점점 빨라진다.

어라~~~ 잘 치네.


점점 새로운 곡을 친다. 또 다른 곡을 친다. 악보도 없이 저걸 다 외우다니...

여러 곡, 여러 느낌의 곡을 친다. 힘 있게 친다. 헉.... 저런.... 헉....정말 잘 치는구나. 저 정도 실력이면.... 피아노 오래 쳤겠다.


내 가슴속에서 아릿한 느낌이 느껴진다.

'얘야..... 피아노 치고 싶었구나.... 그래. 그럼 쳐야지. 그래... 그래.... 실컷 풀어라.'


요즘은 학교가 변해서 별실은 문을 다 잠가 두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난 시각, 아이들만 음악실에 둘 수 없다는 그 규칙 때문에 난 이 아이의 연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늘 이 아이의 마음을 들어줄 수 있었어서 참 좋다.

그렇게 20분을 치고 아이는 남자 친구와 피아노 뚜껑을 닫았다. 웃으며.


아이들과 계단을 내려왔다.

아이에 대해 다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난 오늘 아이와 상담을 한 거다.

음악을 들으며 하는 상담.


아이가 곁을 나에게 내주어서 고맙다.

피아노 치고 싶다고 말해 주어서 고맙다.


피아노 치는 아이.

예쁜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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