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틈에 낀 나, 문과 하나가 됐어.

특이한 사고의 너, 웃음을 주다

by 퀘렌시아

거미를 봤어. 거미를 보며 생각했어. 거미는 감정이 있을까? 인간은 동물들을 보며 동물에게 감정이 있을 거라고 하잖아. 그런데, 감정이 있다고 인간이 생각하는 것 아닐까? 실제로는 감정이 없는데, 인간이 그렇게 갖다 붙이는 것 말이야. 거미는 진짜로는 감정이 없는데 말이지.


아까, 로봇 얘기했잖아? 로봇이 감정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는 로봇은 감정이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것도 인간이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실제로는 감정이 있는데 말이야.


강아지나 고양이, 이런 동물은... 예뻐하면서도 거미를 보고는 징그러워하는 이유가 뭘까? 참 일관되지 않아.


인간은 생소한 것에는 매력을 느끼는데, 오히려 인간과 비슷한 것에는 반감을 느끼는 것 같아. 그래서 난 궁금해. 미래에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로봇이 있다면 우린 그 로봇을 받아들이게 될까? 아님 배척하게 될까? 참 고민이 될 것 같아. 인간의 선택, 뭐가 될까?


넌 어쩜 그런 특이한 생각을 하니? 난 네가 참 신기해. 나랑 참 다르구나. 난 거미를 보면 '아, 징그러워!'로 끝인데, 뭐? 넌 거미의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고? 난 오늘 너의 얘기를 들으며, 세상엔 참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이 많구나 하고 느꼈어.


나, 이런 일이 있었어. 교실 미닫이 문이 열리는데, 나가려는 아이와 열린 미닫이 문, 내 뒤에서 그 미닫이 문을 연 아이. 그 둘 사이에 내가 낀 거야. 빨리 들어가려던 내가 반쯤 열린 미닫이 문 사이 틀에 낀 거야. 그 순간 생각했어. 음... 내가 미닫이 문과 하나가 됐구나. 문은 세상을 열어 주면서 단절시키기도 하는 통로잖아. 그 틈에 낀 순간, 난 미닫이 문의 본질과 하나가 된 거지. 미닫이 문의 본질과.


푸하하하. 넌 참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응, 내가 평소에 참 많이 참아. 얘기할 게 많은데 한 번 얘기하면 설명이 길어져. 아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아서... 평소엔 말을 참아.


난 오늘 미학에 관한 책을 읽었어. 플라톤은 예술을 기만이라고 생각했대.


미학이 뭐야?


미학은 미술의 학문이야. 미술과 관련된 철학이 나오는 것? 그런 학문의 세계를 말해. 난 미학에 관심이 있어. 처음엔 건축에 관심이 있었는데, 건축에도 철학이 있더라고. 지금은 건축 자체보다 철학에 관심이 가. 근데 엄마가 철학은 돈을 못 번대. 그래서 미학을 할까 생각이 들어.


난 네가 참 재미있어. 넌 철학을 하면 참 잘 어울릴 것 같아. 미학을 해서 책을 써도 참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나보고 책을 써 보라는 얘기이구나. 고마워.


그래. 그럼 내가 사서 볼게.


고마워.




둘이 주고받는 대화. 둘 다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지으며 하는 대화.

멋진 장면을 내 뇌리에 남겨 준 두 여학생의 대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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