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괜찮았던 날

뜻밖의 희소식

by 담담

우리는 심잡음이라는 이슈와 대동맥이 크다는 이슈가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평화로움 속에서 힘들었던 기억들이 희미해질 때 즈음, 우리는 다시 S병원에 심장초음파 검사와 진료를 보러 가야 했다. 이때 너는 이제 태어난 지 갓 100일 된 아기였다. 간호사는 초음파 검사 시 움직이면 안 돼서 재우는 약을 먹여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네가 지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약을 최대한 덜 먹이고 싶었다.

"제가 달래가면서 안 움직이게 해 보다가, 정 안되면 그때 약 먹이면 안 될까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괜히 까다로운 부모로 보이지 않을가 잠시 걱정했지만, 그것보다 네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간호사는 나의 요청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검사가 시작되었고 나는 준비해 온 분유를 너에게 먹이면서 네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이곳이 재미있는 곳인 척을 하며 옆에 있었다. 너는 고맙게도 20분이 넘는 시간을 울거나 움직이지 않고 내가 가져온 분유를 마시면서 장난감과 책을 바라보며 잘 누워있어 주었다.


검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말했다.

"대동맥이 여전히 크네요. 그런데 지금 당장에 이게 문제가 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3개월 뒤에 다시 검사해서 증감 추이를 보죠."

이미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검사를 잘 받는 너를 보며 혹시나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했었는데 역시나였다. 잠시 조용했던 불안이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의사에게 원래 질문하지 않는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질문을 하고 있었다.

"3개월 뒤에 검사를 하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 것일까요?"

"동맥관개존증과 심방중격결손도 진단명에 있는 것으로 확인했는데 그 부분은 어떤가요?"

의사는 나의 질문에 그 기간 동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동맥관개존증과 심방중격결손은 크기가 작아 자연스럽게 막힐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당장 문제는 없다.', '자연스럽게 막힐 거다.'라는 말들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장 문제는 없으면 결국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가?', '자연스럽게 안 막히면 어떡하지.' 하는 의구심이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았다.

육안으로는 보이는 특이사항이 없기에 겉으로 보기에 우리는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가족이었지만, 너의 심장에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 그림자를 애써 외면하며 다음 진료일까지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소아심장과 진료를 본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너는 큰 이벤트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너와 함께 문화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다.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너의 모습은 나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해맑게 웃고, 옹알이를 하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너를 보며 '이 정도면 심장도 괜찮아졌지 않았을까?' 하고 속으로 바랬다.

다시 돌아와서 너의 심장 검진 날. 너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재우는 약을 먹지 않고 검사를 잘 받아주었고 진료실에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늘 그랬듯이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의사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대동맥이 늘어난 정도가 줄어들었네요.
이러면 자라면서 정상 범주에 해당할 거예요. 2년 뒤에 f/u하고 종결하죠.

너의 대동맥 증가 추이가 줄었다니! 그러길 너무나도 바랬지만 예상하지는 못했던 희소식이었다. 그리고 f/u 기간도 3개월 뒤에 다시 오라고 했던 지난번 진료와는 확연히 다른, 훨씬 긴 기간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의 심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서 나와 너의 아빠는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마음 한편에는 곧바로 불안감이 자리 잡았다. '과연 2년 뒤까지 괜찮을까?'라는 의구심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동맥관 개존증과 심방중격결손도 아직 완치가 된 상태도 아니었다. 그냥 너의 심장에 대한 걱정은 이미 나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희소식을 너의 작은 심장이 스스로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믿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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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두 번째 심장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얼마나 씩씩하게 검사를 받던지,

엄마는 검사 후에 네가 얼마나 의젓했는지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어.

앞으로 살면서 두렵고 막막한 일들이 너의 앞에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이날처럼 씩씩하게 잘 해결해 나가 보자!

너의 뒤에 항상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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