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복직과 너의 첫 수술
네가 10개월이 됐을 무렵 나는 복직을 하면서 워킹맘의 삶을 시작했다. 바쁜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너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서라도 워킹맘의 길이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리고 힘든 순간이 오면 너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면서 이겨내려고 했고, 실제로 너 덕분에 많이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복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너에게서 탈장 증세가 보였다. 너는 저녁이 되면 서혜부 부위를 아파했고, 가끔씩 뭔가 들락날락하는 것이 육안으로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곧바로 S병원 소아외과 진료를 예약해서 보게 되었다.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생각하고 간 것이었는데, 의사는 촉진 후 괜찮다고 하였다.
... 하고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너의 탈장 증세는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관찰되었고 점점 자주, 심한 형태로 관찰되었다. 작은 몸으로 힘들어하는 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애가 탔다. 우리는 네가 보인 증상들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소아외과 진료를 본 지 약 한 달 뒤 다시 진료를 잡아야 했다.
소아외과 재진 날. 의사는 영상과 너를 살펴보더니 네가 최대한 빨리 수술을 받아야 된다고 하였다.
"현재 왼쪽이 탈장인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한쪽만 있는 경우는 드물고 양쪽 다 탈장일 확률이 높아요. 저는 복강경으로 수술을 하는데, 그럼 수술하면서 반대쪽도 볼 수 있으니 반대쪽도 구멍이 있으면 같이 매울게요."
이렇게 너의 인생에 첫 수술이 결정되었다. 너는 이제야 갓 돌이 지난 아이였다.
수술 날. 나는 수술실 이송용 침대에 너를 안은 채 같이 타 수술 대기실로 이동했다. 수술 대기실에서 너는 이상한 기류를 눈치챘는지 계속 울었다. 달래 지지 않는 너를 보며, 내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답답했다. 왜 의료진들은 오지를 않는 것인지... 10분도 더 지나서야 의료진들이 와서 너에게 마취제를 투여하였고 너는 이윽고 축 처진 채 수술실로 이동했다.
나는 너와 같이 들어간 수술 대기실을 혼자 나오게 되었다. '네가 아니라 내가 들어가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속상함이 몰려오다가도 우선은 아무렇지 않은 사람인 척하면서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수술 대기실 간호사가 내가 두고 온 소지품들을 들고 뛰어오는 것을 보고, 내가 얼마나 무너져 있었는지 깨달았다. 부디 수술이 잘 끝나기를, 네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시간이 흐르고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다. 너는 마취가 깬 후에 불편한 지 계속 울었다. 아파하는 너를 보며 대신 아플 수 없음에 나는 속상했지만, 그래도 '탈장 수술은 쉬운 수술이라고 했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고, 해결했으니 됐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되었다. 수술 전 검사로 진행했던 흉부 X-ray에서 '종격동 비대' 소견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이에 즉시 너의 심장 초음파 검사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이를 거절했다. 대신 '임상 유전과 진료'를 보라는 낯선 권유를 받았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했다. '종격동 비대'라는 생소한 단어와 '임상 유전과'라는 진료과는 나에게 또 다른 미지의 영역으로 다가왔다. 너의 작은 몸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들이 발견되는 현실이 나를 만들었다. 복직과 함께 시작된 이 시련은,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더 큰 어려움의 예고편처럼 느껴졌다.
2025년 1월. 수술 대기 중.
서영락 대리~ 화가 많이 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