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반복되는 시련

두 번째 수술

by 담담

로이-디에츠 증후군 진단을 받고 소아정형외과 진료에서 느낀 작은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25년 4월 23일. 나는 근무 중에 너의 외할머니에게 영상 하나를 받았다.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심장은 다시 한번 철렁 내려앉았다. 너의 탈장이 재발한 듯한 모습이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그 영상 속에서 너는 이 전 탈장 때보다도 더 아파하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나는 즉시 너의 아빠에게 영상을 보냈고, 소아외과에 문의해 줄 수 있냐고 하였다(1화에 언급했지만 아이는 남편 근무 병원에서 진료 중이다). 이렇게 연락을 보내놓고 최대한 나도 우선은 내 업무에 집중하려고 애쓰며 일을 진행하는데 너의 아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입원해서, 내일 수술하재.

'... 뭐라고?' 다행히 때마침 나도 치료 스케줄이 비었을 때였다. 나는 의사가 너를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왜 수술을 하자고 하는지, 혹시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하는 것이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이건 재발한 것이 맞다는 것을. 그냥 부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탈장 수술을 한 지는 겨우 3달 지났고, 로이-디에츠 신드롬 진단받은 지도 겨우 3주 지난 시점이었고, 내가 정형외과 진료에서 희망을 본 지도 고작 2주 지난 시점이었다. 온 우주가 나에게 조금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문제는 해결해야 하니, 나는 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너를 바로 S병원으로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했고, 너의 아빠는 급하게 다음 날로 휴가를 냈다. 나는 이미 너의 병원 진료로 연차를 많이 소진한 상태였고 앞으로도 병원 갈 일이 많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기에 내지 못했으며, 선임 선생님께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만 보고 드렸다. 그리고 이제 업무를 마치고 나는 집에 들러서 너와 아빠가 1박 2일 동안 병원에 지내면서 사용할 물품들을 챙겨서 병원에 갔다. 너는 병원에서 대여한 유모차에서 자고 있었고 웬 병원 로고가 그려진 곰돌이 인형을 안고 있었다. 1인실에 입원하면 주는 선물이라고 한다.

"하... 병원 입원해서 받는 선물 안 반갑다 진짜..."

여러모로 답답했다. 너의 아빠와 외할머니는 나에게 의사들이 모여서 너를 가지고 case-conference를 진행했다는 점, 로이-디에츠 신드롬을 고려해서 이번에는 절개로 수술하는데 더 단단히 묶을 예정이라는 점을 말해주며 '잘 신경 써주시는 것 같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어투로 얘기했다. 그 말에 나는 "회의고 나발이고 다 됐고. 그냥 결과적으로 재발 안 하게만 해주면 돼. 신경을 많이 쓰는 것 말고 잘해야지."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025년 4월 24일, 너는 두 번째 탈장 수술을 받았다. 나는 출근을 했고, 너는 아빠와 함께 있었다. 작은 몸으로 또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너를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웠다. 로이-디에츠 증후군으로 인해 결체조직이 약해서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이미 들었지만, '이렇게 재발 주기가 짧으면 어쩌라는 거야.' 하는 생각에 어지러웠다. 그래도 최대한 재발 가능성이 없는 수술 방법을 택했다고 하니, 그 말을 믿어보려 노력했고 이윽고 수술 잘 됐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너의 수술 날 근무를 하던 나의 이야기다. 병원 외래에는 아동 보호자들이 가득했고, 나는 그들의 아이들을 치료했다. '이게 맞나'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외래 아동 치료 스케줄로 인해 휴가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픈 나의 아이는 병원에 두고 남의 집 아이들을 보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나의 아이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직업인으로서 다른 아이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현실이 '내가 무언가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들게도 했다. 너의 반복되는 시련은 나에게 끝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졌지만, 네가 수술도 했고 앞으로는 괜찮을 것이라고 믿으며 애써 그 생각들을 접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21일 오후 12_28_15.png

2025년 4월. 탈장 재수술 전.

병원에서 준 인형이 좋았던 너.

더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인형은 얼마든지 찾아줄게.

다시는 병원에 입원하지 말자.




✍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

– 담담하게, 너를 안다

이전 11화너와 병원 도장 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