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두 번째 탈장 수술을 받고, 우리는 앞으로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더 많은 추억들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너의 진단명과 관련된 현실의 무게를, 너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잠시 내려놓고 우리는 다양한 곳들을 누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너는 평상시에는 동네 시장, 놀이터, 공원, 산 등을 다니며 동네를 구경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도서관과 문화센터에 가서는 또래 친구들을 마주치면 잠시 또래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곤 했다. 그리고 함께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에 가면서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여러 자연물들을 보았고 너는 큰 동물들도 무서워하지 않고 눈이 휘둥그레진 채 신기해하며 구경했다. 놀이공원도 여러 번 갔는데 처음에는 비행기를 연 달아 세 번이나 타며 "또!"를 외치던 네가, 이제는 속도감이 빠른 것을 무서워하기 시작하면서 요새는 아무것도 타지 않으려 한다. 이것 또한 네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겠지.
그리고 주말에 일정이 없는 날이면 우리는 서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간 곳 들 중에서 기억이 남는 곳이 두 곳이 있는데, 파주 출판단지와 포천 아트밸리이다. 두 곳 다 우리 집 서열 1위인 강아지와 함께 갔다. 파주 출판단지에서는 애견동반 북카페에 갔는데, 책을 좋아하는 너이기에 같이 책을 골라서 조용히 앉아 읽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했다. 그런데 밖은 이제 갓 돌 지난 너에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 것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잊었다. 너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북카페를 누비고 다녔는데, 뭐 남한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그러면 또 어떤가! 포천 아트밸리에서도 폭포도 보고 내부에 있는 천문과학관도 가면서 재밌었는데 이 날 너의 아빠가 정말 고생을 했다. 우리는 이제 웨건을 끌고 갔었는데 웨건인지라 걸어서 그 경사를 올라야 했고 그 경사는 정말, 정말 가팔랐다. 지나가시던 어르신께서 웨건 안에 있는 너를 보며 "아빠가 너무 힘들겠네. 네가 아빠 태워드려야지~"라고 웃으며 말씀하시기도 했다.
지금도 이렇게 다시 떠올리다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물론 앞으로 너의 아픔 앞에 좌절하고 속상할 날이 있겠지만, 그 기분에 잠식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행복할 것이다.
2025년 5월. 포천 아트밸리.
햇빛아 쨍쨍 비춰라
앞을 가리키는 저 아이가 갈 데가 있단다
어기야 디여차 어야디야
어기여차 웨건놀이 가잔다
(뱃노래 각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