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던 날

by 담은

너는

노란색을 좋아했다.

계란프라이의 노른자,

해바라기꽃

눈부시게 맑은 날 오후 세시의 햇살.


나는

그 노란색이 그렇게 예쁠 줄 몰랐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너는 자주 노래를 흥얼거렸고,

귤을 까면 꼭 반쪽을 내 입에 넣어줬다.

비 오는 날엔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담아 들고 다녔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왜 이렇게도 또렷하게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네가 떠오를 때면

기억은 늘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목소리나 얼굴보다

네가 좋아하던 색,

네가 자주 말하던 단어,

네가 걸었던 보폭.


그리움은 커다란 사건보다

작고 별것 없는 순간을

더 오래 붙잡는다.


나는 아직도

노란색을 보면 너를 생각한다.

귤을 까서 반쪽만 입에 넣고,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따라본다.


이젠 네가 없다는 사실보다,

네가 좋아했던 것들이

세상에 계속 남아 있다는 게

가끔은 더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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