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

by 담은

얼마 전, 나는 감리현장 사무실에 단기로 일하게 되었다.

다섯 명의 감리원분들과 한 명의 여직원.

그 여직원이 내가 되었다.

출근하자마자, 모두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주제는 '나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였다.


"윤여사", "윤양", "윤 과장", "사무원님"...

하나씩 오고 가던 호칭들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그 호칭들이 나를 어떤 위치에 놓는지 바라보았다.


결국, 짧은 회의 끝에 나의 호칭은 '윤 과장'으로 낙찰되었다.

정식 발령이 난 직책도 아니고, 명함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하나 생긴 셈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윤여사'든 '윤양'이든, 혹은 그냥 '윤'이든.....

내게는 어떤 호칭으로 불리는가 보다, 어떤 온도로 불리는가가 더 중요했다.

같은 '윤 과장'이라도

툭 내뱉듯 부르면 어딘가 벽이 느껴졌고,

존중을 담아 부르면 마음이 풀리는 순간이 있었다.

호칭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말의 온도는 마음으로 결정이 된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그때 말투의 높낮이, 단어의 선택, 존중의 태도, 배려의 시선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며칠사이에도 어떤 말은 나를 민망하게 만들었고,

어떤 말은 나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마음처럼 다가왔다.


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를 조율하는 도구이고,

감정의 온도를 드러내는 지표이다.


같은 호칭도 누가,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품는다.

어떤 사람의 '괜찮아'는 정말 괜찮은 듯이 느껴지지만,

다른 누군가의 '괜찮아'는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처럼 들린다.


말 안에는 단어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

그 사람의 태도, 마음, 습관, 성향...

시간이 흐를수록, 한 사람의 말투 속엔 그 사람의 마음결이 스며든다.

말에는 그 사람의 시간이 녹아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를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

내 말의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될까?


말은 우리가 매일 가장 자주 쓰는 도구다.

그만큼 무뎌지기 쉽고, 가볍게 다뤄지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하루를 정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이제 나는 호칭을 부를 때 더 조심하려고 한다.

그 말속에 존중과 따뜻함이 함께 담기기를,

그리고 나의 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데우는 온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나의 언어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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