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새로운 시작

by 담은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원하지 않아도 그만둬야 할 때가 있다. 내가 지금 그렇다. 큰 아이는 대학생이고 막둥이는 6살이기에 더욱 상실감이 크다. 앞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할 일이 너무 막막하다. 다른 사람들은 취미로 제2의 일을 시잣하기도 하던데 10년 동안 주말 부부로 지냈던 나는 따로 취미 생활을 할 여유도 없었다.

그저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해서 아이들 챙기기와 집안일로 하루하루를 쳐내듯이 보냈다. 취미생활은커녕 하루 10분도 나룰 위한 시긴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는 시간이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았었는데 막상 시간이 많이 생기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지 아이들 학비 걱정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왜 진즉 더 나은 일을 찾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를 해도 이제와 소용이 없고 밀려오는 무능함이 나룰 덮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의무가 내게 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겐 돈을 벌 수 있는 재능은 없다.

그렇다고 특출 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난 오십 년을 살 때까지 뭘 했던 걸까?

남들처럼 돈을 벌어 놓은 것도 아니고

학식을 키운 것도 아니고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할까??


나는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우리 집 가정환경에는 내가 할 수 있은 게 적었다. 내가 혼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조용히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연습장과 연필 쓰는 거 조차 아까워했던 부모님 때문에 많이 그리지는 못했지만 그림 그릴 땐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실력으로는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벌 수는 없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여전히 좋아하는 일이다. 사실 그림을 그리는 게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금세 시간이 가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확신할 수 없는 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해도 별다른 감정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건 나의 불투명한 성격 탓 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아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가져봐야겠다. 하루 중 10분씩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의 생각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내 마음을 잘 알게 될 때까지 천천히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단순히 생각에서 머무르지 말고 글로 적어봐야겠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 오른다고 했으니까.

고민만 하고 있으면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껏 그랬듯이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은 시도를 통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시작하고 나면, 나에게 맞는 것인지 내 거 좋아하는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했으니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찾게 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나에겐 살아갈 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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