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여자

by 담은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에는 낯선 여자가 찡그린 얼굴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그 여자의 정수리는 눈이 내린 것 같은 흰머리들이 4~5cm는 자라 있었다 오늘따라 거울에 비친 낯선 여자의 그 흰머리들이 너무 거슬렸다.


“어휴~ 흰머리 봐. 언제 이렇게 자란 거야. 많기도 하네 “

팔을 올려 머리를 뒤적이며 쓸데없이 흰머리들을 찾아낸다.

앞머리를 쓸어 올리자.흰머리거 수북하게 드러낸다.


”언제 이렇게 흰머리가 많이 났을까? 염색을 해야 하나? “


하얗게 빛나서 흰머리가 도드라져 보이는 거울 속에 내가 오늘따라 낯설게 느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노화가 되어 늙기 마련이다.

그것은 너무 보편적이고도 당연한 자연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구나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죽는다. 이 자연의 수레바퀴에 저항할 수 있는 생물은 이 지구상에는 없다.

그런데 나만 예외일 것 같은 알량한 생각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나도 늙고 있다는 것을 어찌하여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한때 영원할 것 같던 젊음이 손안에 모래처럼 술술 빠져나간 것 같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젊음말이다. 나무는 봄이 되면 죽은 것 같던 마른 가지에도 새싹이 나는데 사람은 그저 삶의

끝을 향해 돌진한다.


시간의 흐름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가 벌써 흰머리가 바글바글한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낯설고 징그러웠다.

어제도 보고 엊그제도 보고 매일 보던 얼굴이었는데, 오늘따라 나의 늙은 모습이 서럽게 마음에 박혔다.

10대 20대 30대 40대를 지나면서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빛나던 20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갑자기 할머니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거울 속의 여자의 얼굴에 지난 세월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시긴의 흔적들이었다. 그 흔적마다 지나온 추억과 기억 오롯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어휴~“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눈살을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으니 더욱 늙어 보였다.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입꼬리에 한껏 힘을 주고 올려보았다. 억지로 올린 입꼬리였지만. 아까보다는 좀 더 나아 보였다.

그리고 거울 속에 여자를 보며 이야기했다.

“오늘은 내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야!

내 흰머리에 지금까지 겪어왔던 나의 희로애락이 있어.

앞으로 흰머리는 더 많이 생기고, 몸은 점점 늙겠지만 매일을 즐거운 일들로 채울 수 있어. 나이가 내 행복을 결정하는 건 아니잖아. 아직 나에게 많은 날들이 있어. 흰머리를

부끄러워 허지 말자”


거울 속에 여자는 이제 힘차게 웃고 있다.

남은 삶을 행복으로 채울 것을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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