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복잡할수록, 글은 더 멀어진다.
노트북을 연다.
새 파일도 만들었다.
심지어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 앞에 앉아 있다.
하지만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
화면만 바라보다가
조용히 그 창을 닫는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분명했지만,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웠다.
이 생각, 저 감정, 갑자기 떠오른 기억들,
“이건 이렇게 써야 하나?”,
“이 얘기를 써도 될까?”,
“그걸 쓰면 누가 나를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생각은 많은데,
문장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를 의심했다.
“나는 글이랑 안 맞는 사람인가 봐.”
“나는 생각만 많고, 정리는 못 하는 타입이야.”
“나는 쓰는 재주가 없는 거지.”
그런데 그런 날이 여러 번 반복되고 나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기 전에 너무 많은 생각에 휩싸이고 있었다’는 걸.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오래 되씹고,
지나간 일들을 몇 번이고 기억을 다시 되돌리고,
누군가의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편이다.
이런 성향은 분명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이
한꺼번에 글 앞에 몰려들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 쓰게 만들기도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더 못 쓰겠어요.”
이런 말은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었다.
그럴 때 나는 글을 쓰기보다,
생각을 붙들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실 글을 쓸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건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아니라
‘그 생각들을 먼저 정리하려는 마음’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정리해서 쓰려니까
계속 엉키고,
처음부터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려니까
계속 멈췄다.
그때부터 방향을 바꿨다.
‘생각을 다듬고 쓰자’가 아니라
‘일단 쓰고 나중에 다듬자’.
그렇게 허락을 내리자
글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리가 안 된 문장들이었고,
중간에 문맥도 뒤죽박죽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썼다.
그 엉성한 문장들 속에서
내 마음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글이 막힐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쓰는 시간이다.
판단은 나중에 해도 괜찮아.”
글을 쓰는 시간과
고치는 시간을 나누기 시작하자
글 앞에 앉는 게 조금은 덜 부담스러워졌다.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이 많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건 나에게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는 뜻이다.
그걸 미처 정리하지 못했다고 해서
나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복잡함이,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진짜 이야기일 수 있다.
나는 그런 날이면,
그 복잡한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적어본다.
“지금 머릿속이 너무 시끄럽다.”
“이 문장을 쓰고 있지만 마음이 산만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런 문장들도 ‘글’이 된다.
왜냐하면 그건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담은 문장이니까.
우리는 종종
글은 정리된 감정,
정확한 언어,
완성된 메시지로 써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글은 혼란에서 시작된다.
정확함이 아니라 흔들림에서 나온다.
한 글자도 못 쓰는 날이 왔다면,
그건 당신이 쓸 게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서
멈춰 있는 것뿐이다.
지금의 복잡함을 있는 그대로 써보자.
틀려도 괜찮고,
중간에 문장이 끊겨도 괜찮다.
그건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는 진짜 이야기다.
생각 털어내기 글쓰기 (무편집 자유 쓰기)
지금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맞춤법도 신경 쓰지 말고, 멈추지 말고 5분 동안 계속 적어보세요.
나중에 읽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마음속 소음을 바깥으로 꺼내는 연습입니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어떤 생각에 가장 자주 사로잡히는가?
그 생각들은 글을 도와주는가, 막는가?
지금 머릿속에 가장 크게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인가?
오늘 내 마음을 단 한 줄로 표현한다면 어떤 문장이 될까?
지금 이 혼란을 글로 적어보면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생각이 많고,
그 생각 때문에 자주 멈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생각이 많다고 해서 글을 못 쓰는 건 아니라는 걸.
다만 그 생각을 어떻게 글로 꺼내느냐가 문제일 뿐이라는 걸.
오늘도 글이 잘 써지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당신은,
이미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