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생각
네가 나를 생각했을까. 어떻게 내가 너를 떠올렸을까.
대입 후 처음 맞는 방학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갈 생각에 들떴었다. 내가 내려갔을 때면 이미 근처 대학생들이 좋은 알바는 다 잡았겠지 싶어서 불안했다. 벼룩*장이니 교차*니 하는 지역생활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미리 알바 자리 있나 둘러보려고 한 것이었다. 그때는 몬이니 천국이니 하는 것은 없었을 때니까.
지역생활지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기부나 후원을 모집하는 배너가 많이 떴다. 내가 접속했을 때 마주한 후원 배너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내 친구 A였다. A는 고3을 앞둔 겨울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입학 전 친구들과 병원을 찾았던 게 마지막이었는데 배너로 A를 만나다니 놀랐다.
나 곧 방학해. 고향 가면 얼굴 보자. B랑 C랑 같이 갈게.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 문자를 남겼다. 카카오톡도 없을 때니까.
A는 바로 답이 오지 않았다. 치료가 시작된 뒤로는 늘 답이 늦었다. 치료 중이거나 핸드폰 들 힘조차 없어서.
그리고 한참 뒤에 내 핸드폰이 울렸다. A는 어제 떠났고 내일이 발인이라는 소식. 믿기지 않아서 전화를 했다. 문자를 남겨준 건 A의 언니였다. 가족끼리 조촐히 치르려고 했는데 내 문자를 보고 연락을 줬다고 했다. 혹시 A가 친구들이 보고 싶었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내가 누구에게까지 연락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와는 연락하지 않는 아이들까지 모였다. A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대입을 앞둔 겨울이었다. 나는 A에게 방학하면 또 올게 라는 말을 했었다. 방학은 일주일 뒤였다.
기말고사 중이었던 나는 뭐가 그리 급해서 알바를 찾겠다고 했을까. 내 방도 아니고 친구 방 컴퓨터를 켜 가며 어떻게 그 홈페이지를 그때에 들어갔을까. 그 홈페이지에서는 어떻게 그 타이밍에 그 배너가 팝업으로 설정되어 있었을까. 우연이라고 한다면 많은 우연들이 만나야 한 일일 텐데 어떻게 내가 너를 떠올렸을까.
정말로, 네가 나를 생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