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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Oct 15. 2019

난 오늘 더 힘을 냈어요

매일, 꾸준히, 열심히 하는 일.

내가 욕심 많은 사람이구나 느끼는 순간이 몇 있다. 전화영어를 막 수강 신청해서 레벨테스트 받아놓고 이제 내가 곧 영어로 막힘 없이 대화할 것 같을 때. 오늘부터 매일 글을 쓸 거야 다짐하고선 내일이면 작가가 된 것처럼 기대할 때. 방금 책장을 넘겼으면서 금방 다 읽고 서평까지 술술 적어가는 모습을 그릴 때. 아무리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시작만 하면 모두 다 이룬 것처럼 굴었으니.


순간 발휘하는 힘은 좋지만 지구력은 꽝인 나. 처음부터 그런 욕심이 들 때는 평소보다 쉽게 지쳤다. 나가떨어졌다고나 할까. 영어 선생님한테 전화가 오기 전에 수업 취소하기 바쁘고, 오늘 하루 글 쓰는 게 몹시도 괴롭고, 읽던 책은 던져버리고 싶고.


나비 효과라는 게 그렇다. 저 멀리에서는 태풍이 될 지라도 지금은 나비의 날갯짓에 지나지 않다. 나중에 내가 무엇을 해내고 이루든 지금은 그저 1, 2도 조금 각도를 튼 것일 뿐이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에 비해 다를 바 없는 것 같다며 실망하고 만다. 0.01g 겨우 달라진 것을 눈치채진 못할 테니까.


회사에 막 퇴사 선언하고 며칠 안 가, 『열심히 사는 게 뭐가 어때서』(김애리 저)라는 책을 읽었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걸까 의문이 들 무렵이었다. 열심히 하는 것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온 저자 덕분에, 나는 ‘열심’에 명함도 못 내밀겠다고 팩폭(팩트 폭행)당했지만, 그래도 힘이 났다.


우리가 빛나는 순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돌아봤을 때 나 스스로가 반짝거린다고 느꼈던 순간도 비슷하다. 정말 가기 싫은 요가 수업을 위해 나를 다독이며 몸을 일으켰을 때나 연초에 읽기로 계획했던 도서 리스트를 연말에 전부 지워냈을 때 나는 스스로가 반짝거린다고 느꼈다. 말하자면 “난 조금 더 힘을 냈어요!”를 증명해 낸 순간들. - 90~91쪽


오늘이야말로 “난 조금 더 힘을 냈어요!”를 증명해 낸 순간이 아닐까. 매일 글 쓰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지하철에서도 글을 쓰던 날. 여행 가서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랴부랴 글을 완성하던 날. 무엇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지만 그런 날을 하루하루 모아간다. 


매일 하나씩 하다 보면 알게 된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 133쪽



*출처_ 김애리 저,『열심히 사는 게 뭐가 어때서』, 청림라이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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