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르겠지만,
늘 고요하기만 했던 내 세상에
아주 작은 파동이 일었던 날을 기억한다.
어쩌면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내 시간은 조금 다른 색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표정 없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딱히 무뚝뚝한 것도, 차가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는, 고요하고 단단한 얼굴.
감정을 애써 숨기려는 듯한,
깊이 눌러 담은 표정.
이상하게 그 얼굴에 눈길이 갔다.
그런데, 그날.
정말 찰나의 순간, 그가 웃었다.
눈이 휘어지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해사한 미소.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머리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렇게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어?
... 웃는 건 예쁘네.'
이제는 괜히 자꾸 궁금해진다.
지금쯤 그는 뭐 하고 있을까.
어떤 계절을 좋아할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조용히 붙잡고 있을까.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당신도 아주 가끔은 나를 떠올릴까.
나는 여전히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질문들을
혼자 묻고 혼자 답하면서
그날의 짧은 웃음 하나를 꺼내 보곤 한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내게는 세상의 모든 언어보다
더 많은 말이 들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