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에 가장 두려운 시간.
나에게는 아침이다.
항상 알림을 맞추지만
막상 알림이 울리면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스누즈를 누르고 이불속으로 숨어버린다.
정체 모를 술래는 다음 알림이 울리기 전까지
나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창문 밖으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어도,
내 몸은 여전히 밤 안에 있다.
다시 잠들었다 깬 건 한두 시간이 지난 후.
눈은 떴지만, 에너지는 없다.
몸을 일으킬 수도 없고, 말도 하기 싫고,
세수도, 밥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누운 채, 또 두어 시간을 버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일어나야 하는데
그 마음이,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멈춰 있고,
그 상태를 바라보는 내 안에서
자괴감이 피어오른다.
왜 이러고 있지. 왜 또 이러고 있지.
나한테 짜증이 난다.
물론 아침에 강했던 시절도 있었다.
전업 수험생이었던 몇 년 동안,
나는 무조건 새벽에 일어났다.
머리가 좋지 않은 나는, 공부시간 확보만이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무조건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야만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었던 날들
지금 아침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걸 보면,
그때도 이미 탈진을 향해 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그 시절 나는 의지로 모든 걸 버텨낸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건 버팀이 아니라 압축이었다.
쌓이고 쌓인 무게가 지금에서야 터져 나오는 건지도.
요즘의 나는 스스로를 덜 미워하려고 한다.
예전엔 게으르다며 몰아쳤지만,
이젠 '탈진했나 보다'하고 다독인다.
무기력은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몸은 말을 하고, 감정도 신호를 보낸다.
쉬고 싶어서 쉬는 게 아니다.
더 이상 갈 수 없으니까, 멈추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시간에도 내 안에서는
어딘가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일어나진 못해도,
그 모습이 한심해 보여도,
나는 계속 살아내는 중이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와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아침 서너 시간이 허공으로 사라져도
그건 '낭비'가 아니라 '생존'일 수 있다고.
오늘 하루를 늦게 시작했을 뿐,
나는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고.
내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느리게, 조심스럽게, 때로는 비틀거리면서.
물론 어떤 날은 결국 아무것도 못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날은, 느리게 출발했어도 끝내 도착한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도 겨우 일어난 내가
덜 외롭기를 바라서다.
내일 아침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오늘보단 덜 자책하길 바란다.
하루의 시작이 늦더라도,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기를.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아직 나는 괜찮다고,
그렇게 오늘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