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단 말 대신

by damhayeon



너는 몰랐을 거야.

너로 인해 내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나는 네 앞에서 좀 더 나은 사람이고 싶었어.

조금 더 선명하고,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용감한 사람.


겁이 많고 낯가림이 심한 나에게,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의견을 말하는 건

마치 작은 재난 같았어.

특히 그 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거스를 가능성이 있다면 더더욱.

그래서 나는 침묵을 선택해 왔지.

주눅 들고, 망설이고,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어.


그러니까 사실 그날도 처음부터 나서진 못했어.

너에게 벌어진 일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속으로만 수십 번 말했어.

‘이래도 되나? 내가 나서도 되는 걸까?

괜히 욕만 먹는 건 아닐까?’


입술만 달싹이고 있었는데,

그 순간 네 얼굴이 떠올랐어.

해맑게 웃던 너.

재미있는 일에만 집중하던 너.

걱정 많은 나와는 너무도 다른 너.


네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볼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결국 난,

빨개진 얼굴과 덜덜 떠는 손, 갈라지는 목소리로

이의를 제기했지.

말을 마쳤을 때 싸늘한 반응도 있었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

그날 나는

내가 지켜내고 싶은 사람을

비로소 지켜낸 거야.





그 일을 계기로

내 삶이 조금씩 달라졌어.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믿음이 생긴 동시에 혼란스러웠어.


그동안 원한다고 말했던 것들이

사실은 진심이 아니었던 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 진심이었지만 용기가 부족했을 수도 있지.


그리고 너 덕분에 또 하나 변한 게 있어.

운동.

너를 따라가겠다고 이 악물고 열심히 하던 날들이 지금도 선명해.

땀범벅이 된 채 마주 보고 웃는 것도 좋았어.

그날들의 웃음이,

지금도 마음 한쪽에 그대로 남아 있어.


몸을 움직이다 보니 마음도 조금씩 건강해지더라.

감정이 요동치던 날들도 점점 줄어들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운동해 봐, 진짜 좋아”라고 얘기할 만큼 신이 났었지.

돌이켜보면 나는 너한테서

마음 돌보는 법을 배운 것 같아.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보고 싶단 말을 꺼낼 수 없어서,

이런 이야기를 대신 꺼내.

그게 다야.

그걸 말하고 싶었어.

그러니까 이건,



보고 싶단 말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