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나를 미워했던 나와의 화해

by damhayeon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나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일단 화가 시시때때로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이 변화는 엄마 역시 굉장히 반가워하는 소식이었다.

덕분에 엄마와의 관계도 회복을 넘어 살면서 가장 좋은 관계에 접어들었다.

그러자 잊고 있던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8년 전 상담 실패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또다시 용기 내는 것이 두려웠다.

괜찮아졌다는 핑계로 병원 예약을 미룬 지 어언 8년,

지독한 회피형 인간은 그 지난 시간들이 아깝고 억울했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청춘들을 보며

“시리도록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에게도 있었을 그런 시간들을 타인의 눈치를 보고,

스스로를 괴롭히며 불안에 떤 채 흘려보냈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에게 불리한 쪽으로만 모든 것을 해석해 왔다.

“내가 싫으면 상대방도 이게 싫지 않을까?”

“난 이게 좋지만 상대방은 싫을 수 있지 않을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어른들을 욕했다.

신념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그런데 나 또한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30년 넘게 가장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나는 나를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동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나는 늘 “나약함을 극복해야 한다 “며 무리하게 나를 몰아붙였다.

사실 그냥 하면 되는 일인데도

무의미한 긴장과 강박으로 나를 지치고 병들게 했다.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여성재단도 만들고 후배 양성도 하고 싶었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는,

미래의 얼굴 모를 그 자매들을 생각하며 억지로라도 힘을 내보려 했다.

그런데 이 모든 노력이 결국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자의식 과잉이었음을 인정한다.

내 앞가림부터 잘해야 그들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외부에 있던 게 아니었다. 나에게 있었다.


이제는 스스로 몰아세우는 대신, 나와 손잡고 함께 가기로 한다.

힘 빼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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