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상담이 모두 종료된 이후, 나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기관에서 추가로 2차 상담을 받았다.
그곳에서 가족관계도와 인생곡선을 그리며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12세, 좌절>
최초의 좌절시기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인생곡선을 그리며 그 순간들이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음을 깨달았다.
<15세, 기쁨>
이때 만났던 친구들이랑 참 많이도 깔깔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체육대회 때 열심히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기억,
계주로 역전승을 거둔 짜릿함도 기억에 남는다.
<17세, 우울>
고등학교 입학 후 성적 하락과 함께 우울이 찾아왔다.
그때의 자신감 상실과 ‘을의 태도‘는 내 인생곡선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20세, 행복>
성인이 된 나는 다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두 개의 동아리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마음껏 세상과 소통했다.
<현재, 우울과 행복 사이>
디스크 돌출과 우울증으로 하락세를 겪고 있다.
그래도 수험생활 전반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많았기에,
적당히 높은 곳에 점을 찍고 싶었다.
점들을 찍은 후 선으로 연결해보니,
전체적인 흐름이 W모양으로 우상향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더한 시련도 견뎌냈던 사람이었구나.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저점을 찍은 뒤 고점으로 다시 향하는 지점에 포인트를 두셨다.
“하연씨는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힘이 강한 사람이에요” 라는 말씀과 함께.
1차 상담을 받을 때도 내게 회복탄력성이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 저는 멘털도 약하고, 우울감에서 잘 빠져나오질 못해요.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이렇게 상담신청을 하는 것도 마주하는 용기라고 대답해주셨다.
내 손으로 직접 그린 그래프를 보고 나서야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때 기억이 떠오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자 안도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지금이 최악은 아니었고,
나는 이번에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이게 내가 가진 회복탄력성의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