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무기력에 잠식되어 가는 나를 구하기 위해,
나는 무작정 뛰기로 결심했다.
자아효능감을 되찾기 위한 프로젝트.
일주일간 새벽 6시 러닝!
그 결과는 처참했다.
첫날은 성공, 이튿날은 저녁 러닝으로 대체,
그다음 이틀은 실패로 끝났다.
내 무기력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과였다.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주말에 그냥 달리기로 했다.
토요일 러닝 때는 뛰고 나니 복잡했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고
일요일 러닝 때는 자아효능감 되찾기에 성공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2km쯤 뛸 때까진 하늘과 벚꽃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웠다.
과장 조금 보태서 내년에도 이 풍경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뒤로는 점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는데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겼다.
그대로 달리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냥 완주해 내고 싶었다.
3km쯤 뛰었을 땐 운동장에 있던
다른 이들이 모두 떠나기 시작했고
나는 미련하게 비에 쫄딱 맞을 각오를 했다.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10m 앞만 바라보며 달렸다.
나의 비장했던 각오가 머쓱해질 만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해가 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고 보니 그 햇빛을 받고 있는 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벚나무와 나뿐이었다.
다 포기하고 싶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절망에 빠져있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
그때의 쾌감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집으로 향했더라면 느낄 수 없었을 감정이었다.
그 뒤로는 또다시 우박이 내려도 바람이 몰아쳐도
꿋꿋이 달려 나갔다.
그렇게 목표한 5km를 완주하고
피니시라인에 들어서는 순간,
웃음과 함께 눈물이 터졌다.
지난 몇 년간 조금씩 성장을 하며 멘털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이제 길거리에서 비 맞으면서 우는
청승의 아이콘 같은 건 졸업한 줄 알았는데.
비가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얼굴에 흐르는 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겠잖아.
달리기라는 목표에 장애물이라 생각했던 비가 이렇게 도움이 된다고?
인생 정말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달리기를 통해 실패임을 알면서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자아효능감 되찾기가 목적이었으니까.
버티는 자가 이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건 나를 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