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악몽을 파는 마트

악몽이야기, 프롤로그

by 한담희

나는 악몽을 굉장히 자주 꾸고 잘 기억한다. 태어나고 100일 때까지 밤새 울어 엄마와 할머니를 잠 못 들게 했었다. 3-4살쯤 할머니는 내게 어렸을 때 왜 그렇게 울었어? 하고 물으셨다. 그때 내 대답은 "악몽을 꿔서 그랬어요."였다고 한다. 또, 나는 4살 때 꾼 야크가 나온 악몽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처럼 자주 악몽에 시달리는 내게 의사 선생님은 악몽에 대한 내용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로 '악몽'이라는 말 그대로 불쾌하고 무서운 그림을 집에 두고 싶지 않았고-그리고 버리기엔 시간낭비 같았다-, 두 번째로 그 그림을 그리는 내내 악몽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오히려 더 괴로울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번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그림은 꽤나 나쁘지 않았다. 우선 불쾌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쾌하지 않게 각색해 그리면 되는 것이었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악몽에 대한 생각에 시달리기는커녕 오히려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와 악몽을 분리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이 악몽시리즈이다.




악몽 No.1 <개구리와 악몽을 파는 마트>

제목_없는_아트워크 71.PNG Copyright 2023. 담희 (나냥) All Rights Reserved.


후덥지근한 밤, 외국의 한 마트였다.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끈덕이는 검은 점액질로 둘러싸인 이상한 색의 개구리가 폴짝거리며 나를 쫓아왔다. 마트 안에는 대여섯 명의 사람이 있었지만 개구리는 나만 쫓아오고, 다리에 들러붙어 떼어내도 다시 쫓아왔다. 평범한 크기였지만 나에게는 아주 거대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도망가도 나와 함께해야 하는 악연처럼 느껴졌다.

개구리를 피해 도망치느라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마트는 악몽을 파는 마트가 아니었을까? 나를 괴롭히고 싶어 하는 개구리 같은 존재가 오는 마트. 사람들이 쉽게 잠에 들게 하는 과자를 팔고, 밤의 길이가 길어지는 주스를 팔고, 새벽 시간에 세일을 하며, 다양한 종류의 악몽 시리얼을 진열해 놓고는 이곳의 악몽이 가장 뛰어나다고 광고하는 그런 마트. 오늘 밤엔 마트가 쉬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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