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어쩌면 스며들었을지 모른다.

난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by 다미

나는 내 삶에 만족하며 살았다.

그저 그런 평범함 속에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여행을 가고,

또다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 반복되는 삶에 타협하며 잘살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평범한 나의 일상을 부러워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내 일상이 정말 별거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내 삶에 있어서 가족은 겉으론 행복해 보이지만 가끔은 불행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

그렇다고 관계가 안 좋은 건 아니다.


내가 느낀 부모님은 격려와 위로보단 오로지 결과 중심이다.

장학금을 받았을 땐 역시 우리 딸,

회사에서 돈 많이 벌어 용돈 주면 멋있네 우리 딸,

오랜 회사 생활 후 퇴사를 하고 이직을 못해 백수 생활을 할 땐 언제 취업하니 아직도 그러고 있니,

다시 취업을 해 받아온 명절 상품권을 보고는 이거밖에 안돼? 그 회사도 참..

그 회사에 취업을 한 내가 잘못된 기분이 든다.


‘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라는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해도 잊힐 만큼 오래됐단 거겠지.


남자친구 얘기는 거의 못한다.

내가 만나는 남자친구들은 엄마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실하고 착해도 돈이 많지 않아서이다.


최근에는 가족 단톡방에서 이런 얘기를 나눴다.


나 : 요즘 맨날 저녁 차려 먹기 힘들어

엄마 : 30년 동안 한 사람도 있어

아빠 : ㅋㅋㅋㅋ앞으로 30년 할 사람도 있어. 딸

엄마 : 요즘 남자는 같이 하거든

나 : 지금 남자친구는 밥 해주는데

엄마 : 도우미 있는 집으로 가라구

나 : 그럼 우리 집은 왜 없어 도우미

엄마 : 없으니까 있는 집으로 가라구


내가 생각하는 도우미 있는 집은 재벌집이다.

대부분의 집이 도우미가 없는데 그럼에도 밥 해주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닌가?

엄마는 본인이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가라고 한다.


그럼 난 돈 많은데 성격이 이상해도, 외모가 못생겨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그럼 또 그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잘생기고 성격 좋고 돈 많은 남자가 날 왜 만나고,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기는 한 건지 싶다.


내가 연애를 안 할 때는 조용하다가 남자친구 있다고 하면 엄마가 다니는 회사 남자 소개해 줄 테니까 만나보라고 한다.

부모님은 공기업을 다닌다.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소개받아봐라고 한다.

한 번도 소개해준 적은 없다.


물론 그 마음은 이해한다.

딸이 더 잘살길 바라는 마음.

그렇지만 나는 돈 많은 남자를 못 만나는 속상함보다 부모님에게 나의 시시콜콜한 연애 얘기,

내가 만나는 사람의 얘기를 하지 못한다는 게 더 속상하다.

이건 연애 얘기에만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모든 것들에 해당된다.


엄마는 옛날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랑 연락을 안 하고 지낸 지 오래됐는데 최근에 만나자며 계속 연락이 와서 피하고 있다고 했다.

왜 피하는지 물어봤더니 공감대가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너도 내 나이 되면 알 거라며.


엄마의 친구는 남편이 경찰, 딸이 발레로 잘됐고, 아들은 좋은 대학을 나왔다.

우리 엄마는 남편이 공무원, 딸이 그저 그런 회사원, 아들은 n년차 편입준비생이기 때문에 비교가 되나 보다.

하필이면 그 딸은 나보다 어린데 결혼을 한다고 한다.

엄마는 결국 결혼식에 가게 되었다며 속상해했다.


이걸 듣는 나는 또 생각하게 된다.

우린 보여주는 것에 불과한 사람들인가?


넷이 같이 살면서 소소하게 밥 같이 먹고 있었던 일 얘기 나누고,

엄마는 좋아하는 골프 아빠랑 치러 다니고,

주말마다 별장에서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 보내며 행복한 시간 보내는데

그 친구와 비교하며 수준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게 나한테도 상처가 된다.


그런 결핍을 나에게서 채우려고 하는 건 더더욱 날 불행하게 만든다.

내 안에 있는 자격지심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한테 들은 것들로부터 서서히 피어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풍족하지 않아도 다들 자취하면서 할거 다 하고 자기에게 맞는 좋은 사람 만나서 본인들의 수준에 맞게 잘 결혼하고 행복하게 잘 산다.

그렇지만 나는 서른살이 넘도록 외박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는 엄마 집에서 자취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나가지도 못하고

내 미래의 생각도 얘기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가 불행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