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o, 기울어진 도시

by Damian



파도FADO같이 깊은 도시,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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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은 모든 것이 기울어져 있다. 거리도, 집도, 하늘도, 구름도 기울어져 있다. 28번 트램이 힘겨운 소리를 토해내며 언덕을 오를 때, 나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속없이 무해한 황금빛 석양의 난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도시는 왜, 그저 슬프고, 그냥 슬픈 것일까..

알파마 지구의 좁은 골목을 지나는 중에 오후의 소란을 휩쓸어 버릴만큼 애절한 Fado가 주파수를 잃어버린 라디오에서 지지적거리는 소음과 함께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들은 사우다지Saudade라 부른다. 한국인의 한恨이 느껴진다. Fado를 억누르는 정서를 부르는 말이다. 해양제국의 이면裏面이야기다. 바다로 나가서 돌아 오지 않는 남편, 아들, 애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그들의 죽음을 부정하고 "꿈이어도 좋으니 한번만이라도"라는, 서사가 숨어있는 노래다. 그래서 이 도시의 숨결에는 한이 서려있고, 도시 골목의 비탈과 비탈을 이어주는 골목 골목의 오랜 집들에는 화살표같이 날카로운 음표가 숨어있다. 리스본의 슬픔은 숙명이다.


사우다지. 포르투갈어로만 존재한다는, 번역 불가능한 감정. 그리움과 향수와 아쉬움이 뒤섞인, 잃어버린 것에 대한 달콤쌉싸름한 그리움. 대항해시대의 영광을 잃은 이 나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단어.


나는 벨렘 지구에서 파스텔 드 나타를 먹으며 테주강을 바라봤다.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로 떠났던 그 강이다. 발견의 탑이 강물을 굽어보고 있었고, 관광객들은 기념사진에 몰두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 앉아. 운명적으로 출항하는 배들을 배웅하며 강가에 서 눈물을 훔치는 여인을,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며, 끝내 망부석이 되었을 아내를, 어머니를 상상했다.

리스본에서 기다림은 돌처럼 흔한 단어다. 로시우 광장의 분수대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바이샤 지구의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사람들에게서도, 상 조르제 성의 전망대, 카이스 두 소드레 역의 플랫폼에서도.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그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1755년 대지진으로 지붕이 무너진 채 방치된 카르모 성당에서 나는 리스본의 진짜 얼굴을 보았다. 굳이 복원하지 않은 폐허의 성당, 그들은 이 성당을 지나치며 그들의 삶에 차오르는 사우다지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나는 간혹, 자주 눈물을 훔친다. 남자의 눈물이니 낯이 부끄러움으로 차올라, 숨기거나 한숨으로 호흡을 조절해 눈물이 차오름을 피한다. 나는 이 거리를 걸으며 내 안의 다스릴 수 없는 사우다지를 느낀다. 어쩌면 나의 눈물은 사우다지의 거울에 비춰진, 내 안의 민낯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밤, 알파마의 어느 파두 집에서 이들의 한을 접했다. 눈을 감은 가수의 파리한 얼굴에서 인생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노래의 여운은 오래갔다. 깊고, 장중하고, 거칠었으며, 한숨같은 소리는 지금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리스본을 떠나 공항 가는 길, 다시 28번 트램을 탔다. 여전히 모든 것이 기울어져 있었다. 기울어진 불편함이, 불현듯 기울어져야만 흘러갈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눈물이 그렇고, 시간이 그렇고, 사우다지가 그렇다.

그리움이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이 아니라, 사랑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기울어진 도시에서 Fado를 들으며 비로소, 기울어짐 속에 바로 섬을 배웠다. Fado가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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