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억

by Damian

하루의 끝, 호텔 침대에 몸을 던지듯 욱여넣고 눈을 붙이니, 모든 근육이 와해되는 느낌이다.
작은 틈으로 열려있는 창 사이로 골목을 어지럽히는 자전거 소리, 웃음으로 흩어지는

낯선 언어들, 그리고 뉘엿해진 저녁의 냄새, 모두 나를 넉넉히 안아 주는 백색 소음이다.


여행지에서의 해는 떠나 온 곳의 그것과는 다르게 졌다. 하늘은 서서히 물들거나 급격히 붉어졌고

밤은, 이국의 언어로 들뜬 창문에 가스등처럼 온화한 불빛으로 다가온다.

나는 머물고 있는 이곳에서 매일 새로운 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며 조금씩,

덜 단단해졌다.


여행은 잃어버린 마음의 조각을 타인의 도시에서 다시 주워 모으는 일이다.


머물 수 없는 시간일수록 더 오래 기억에 머문다.

내가 떠나온 곳의 익숙한 일상은 잠시 잠시 스쳐가지만 이곳에서의 낯선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 안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나는 늘 떠나고 돌아 오지만, 늘 어제의 나는 버리고 온다. 그러니 머물 수 없는 시간들이

조금만 더 천천히 스쳐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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