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벤치에 앉았다 사라진 무수한 그림자들.
연인의 달콤한 속삭임,
노인의 마른기침,
길 잃은 여행자의 짧은 탄식.
보이지 않는 온기들이 내 곁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침묵을 듣는다.
나무의 결은 닳아서 박제된 세월
시간이 긁고 간 상처들.
해독하기 어려운 누군가의 이름,
혹은 마음의 낙서.
나는 손끝으로 그 흉터들을 읽는다.
해독할 수 없는 고대 문자처럼,
아득하고 다정하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내 무게만큼의 침묵을 벤치에 남기고
나는 너의 침묵 한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선다.
잘 있거라,
세상의 모든 지친 어깨들을 위한,
이름 모를 골목길의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