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

어떤 呼名에 대하여

by Damian

누군가 나를 민들레꽃이라 불러주었다. 나에게 꽃이라는 명명은 낯설고 생경한 것이어서, 나는 잠시 말의 중력장을 벗어나 유성처럼 부유했다. 연유를 물으니. "입으로 '후' 불면 천지사방 흩어져, 어디서든 다시 살아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듣고 보니, 화려한 금관(金冠)의 꽃잎이 아니라, 바람의 부름에 온몸을 맡기는 흰 솜털의 홀씨였던 모양이다.

민들레꽃이 아니라, 민들레 홀씨. 그 정정된 명명 속에서나의 오랜 여정(旅程)의 본질을 어렴풋이 보았다.

DSCF5113.jpg

표면적이기는 하나. 단순히 '자유'라는 낭만적 수사로 정의될 수 없는, 근원적 존재 방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나의 장소에 깊이 뿌리내리는 대신, 바람의 길을 따라 부유하며 잠시 머무는 삶.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말한 인간의 근원적 조건, ‘피투성(Geworfenheit, 내던져진 존재)’을 이토록 명징하게 보여주는 비유가 또 있을까.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들판에 내던져진 존재들이며, 민들레 홀씨는 그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바람에 실려 자신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능동적 피투성의 체현이다. 나의 여행은, 어쩌면 이 민들레 홀씨의 운명을 의식적으로 반복하고 모방하려는 몸짓이었는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소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