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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an Jul 08. 2015

산책

시드니 발메인 소묘

도시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는 기쁨에 출렁이며 ,

누군가는 눈물을 뿌리며

길을 갔다.

개인의 삶이 촘촘히 괴어 있는

골목을 걷노라면

세월의 질풍과 노도를 알 수 있다.

그들이 지나간 세월의 흔적

우리가 걷는 이 길은

앞선 이들의 인생이고

우리가 걷는 오늘은

그들의 역정이 만들어낸 투쟁의 하루다.

길은 절로 생기지 않는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정표


길이 모여 역사가 됐다.



뒷짐지고, 고개숙이고 지난 일과 미래에 대한 우울을 달래거나 또는 떠나거나, 돌아 오는 이들, 사랑하거나 헤어지는 이들의 서정이 그립다면, 그런 날에 어울리는 마을이 있다. 산책하는 내내 기분 좋은 바닷 바람과 적당한 소음, 푸른 구름과 바다를 가르는 요트의 물결, 석양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는 빌딩의 유리창까지 기꺼이 나의 산책에 동반이 되는 발메인(Balmain)이 그곳이다.




사람 사는 어디든 그러하듯, 발메인(Balmain) 역시 도시의 이야기가 있다.

770여 명의 죄수와 관리, 군인, 부인네들, 학생과 같이 16,000Km의 항해에 이르러

이곳에 도착하는 소란스러운 모습으로 시작되는, 고난과 작은 기쁨들이 함께하는 삶의 소리들이 존재한다.

개척을 향한 삶의 나침반은 그들을 자의로 혹은 타의로 필요로 했고 발메인(Balmain)은 그들 중 하나였다.

왕립 해군 서열 3위 외과 의사, 후에 Balmain도시의 이름으로 남게 되지만

과거의 삶 속에서 그의 삶은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노력과 행운이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의 모습

총독의 다친 어깨를 수술해 주며 수석 외과의가 되고 땅을 하사받아 오늘의 발메인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삶은 우리의 삶과 다른 시간의 바퀴 속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다.


770여 명의 죄수들은 노동자로 또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 즉, 금속 노동자,  석탄 관련 노동자, 건축 노동자로 일을 했을 것이다. 함께 도착 한 이들의 숙박 장소 및 선술집 개발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왕이면 해안을 따라 즐비하게 집을 지었을 것이다. 노동자들에 의한 도시의 건설이 시작됐고 인프라가 전혀 없는 곳에서 그들의 손길 닿는 곳이 도로가 되고, 항구가 되고, 집이 되었을 것이다. 마치 Sims 게임을 하듯이..

이런 연유로 발메인(Balmain)은 호주 노동 문화의 상징이 되었으며 호주의 노동당 역시 이곳에서 태동됐다.

이곳은 개척 당시의 주택양식과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집과 집 사이를 누비는 골목길은 가지를 뻗어 곳곳에 닿아 있고, 갈색의 샌드 스톤은 그 자체로 골목의 선한 역사를 전해 준다.


선한 이웃이 졸지에 울 밖을 미니 문고로..



현재의 도시는 시드니 항의 스카이 라인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전개되어 있으며 200년 전의 테라스 하우스는 테라스 경계에 꽃을 단채 도시의 배경이 되었다. 역사 속의 건물들은 내부의 낡음을 현재의 것으로 바꿔 곳곳에서 도시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로변에 늘어 선  부띠끄 한 상가들은 Fancy 한 제품들로 방문객을 기다리고 , 카페나 선술집은 과거의 그들이 고된 노동 끝에 고단을 내려 놓았듯, 그들의 후손들이 맥주를 마시며 삶을 얘기하고 있다.

동네의 전면에 배치된 산책로는 건너편으로 하버브릿지를 두고 하나의 거대한 화폭에 놓여 있는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화폭에 앉아 원경을 바라 보듯 먼, 그러나 공존하는 현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테라스 하우스가 몇백만 불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지만, 개척 당시에 이곳은 발메인이 스코틀랜드로 돌아가며 당싯 돈 5실링에 거래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문의 누구라도 현재의 발메인을 예견했었더라면 헐값에 땅을 팔고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기 보다는 척박하고 거칠었던 이 곳에   머물려했을 것이다.


현재 이곳은 호주인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워너비"가 되었다. 적당히 활기찬 도시와 넉넉하게 오래 시간을 앉아 있어도 상관없는 마음씨 좋은 카페, 맥주 맛 좋기로 유명한 Pub 들이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이끌듯, 우연히 이곳에 든 사람들은 이곳의 한에 작은 쉼터라도 갖고픈 마음을 주는 곳이다.

거친 죄수들과 함께 갈등하고 반목하고 화해하며 과거의 어느 하루를 살았을 그곳이 누구나 살고픈 도시로 바뀌었음을 생각하면, 세상은 불변이 없고 영원도 없는 듯하다.


우리 역시 현재를 사는 과거인으로써 한 시절 거칠게 역류하며 살아 온 세월이, 한알의 밀알이 되고, 밀알이 초목을 일구어 도도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존재의 호흡을 남기게 될 것이다.


누구나 이곳, 발메인에 든다면 현재의 아름다운 도시 모습과 더불어 깊은 뒷내에도 귀를 기울여 지난 시간과 호흡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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