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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an Jul 11. 2015

젊은 어부의 꿈

유민이란 아이를 알게  건 10년은 족히 지난 일인  같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오래전 일 수도 있고 정확 치는 않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면 모를까 살면서 지나는 일반적인  나는 일에 날자를 세어 가 기억하진 않을  것이다. 하물며 연인 사이도 불같은 사랑이 시작된지 10년이라면 모든 기억이 퇴행과 망(, 사람 관계에 있어 익숙해진 사람 앞에서 왠지 나태해지고 일상적이 되어가는 것  그렇게 부르곤 한다.)  있는 ,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곤 한다.


유민이란 아이를 본 건 이스트우드의 작은 한식당이었다. 아마도 "팀버 박스"라는 식당이던 걸로 기억한다. 유민은 그 "작은" 한식당의 "알바"생이었다. 부지런히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던 다. 후에 듣게 된 이야기지만 그 아인 같은 동네의 일식집 사장의 조카였고, 팀버 박스라는 식당도 이모가 운영하던 곳이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유민의 성실한 모습-그녀는 분명 성실했다. 게다가 잘 웃기까지 했다.-에 나는 우리 회사(당시 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 있었다.)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분명 그런 제안에는 종일 종종거리며 보살펴야 할 밥 손님 보다는 그래도 사무실에서 쾌적히 일할 수 있는 우리 회사가 "조그만 한식당"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나름의 오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유민은 우리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녀가 일하는 그 기간 동안 무리수가 있기도 했었지만 회사는 무럭 무럭, 잭의 콩 처럼 성장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기만 원했던 내게 어려운 시간이 닥치기 시작하면서 민은 결혼을 했고 회사를 떠났다.

이후, 이모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회"를 제대로 배운 "남친"과 결혼을 했고 자연스럽게 나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몇 년, 아니 내게는 몇십 년 같았던 고통의 시간이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의 안쪽에서 한줌 쪽빛이라도 가늠할 수 있는 반대편 희망의 탈출구를 향해 나가고 또 나가던 시간의 연속이었다.

세상은 떨어져도 떨어져도 바닥에 닿을 것 같지 않았고, 견딜 만큼 주신다던 그 분의 약속 또한 내게는 합당치 않은 "희망사항"에 불과한 듯 보였다. 나는 생존 또는 삶에 대한 절실함으로 사회의 한편에서 살아가고, 세상은 여전히 그런 작은 고통과 적절한 분노, 감동적인 선함을 동력으로 모질도록 힘차게 돌아 가고 있었다.


그런 동력의 하나랄까 유민은 신랑과 함께 일식당을 열었다. 시작은 모두가 어렵다. 시작을 그려가던 과정의 기쁨도 " 이 땅"이라는 구호와 함께 고통스러워진다. 생존의 방법이 본질로 떠오를 때 다가오는 두려움은 파도처럼 세차고 늪처럼 아득하다. 유민도 아마 그런 시간의 통로를 지나고 있는 듯하다.


며칠 , 시드니 날씨 치고는 제법 쨍하게 춥고,  바람이 거리의 낙엽을 몰아 가는 날 지인을 통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초대를 했고, 유민을 만났다.


이제야 얘기지만, 눈물이 날것 같았다. 유민이 반겨 주었고 우린 벼운 포옹을 했는데, 그녀의 마른 장작 같은 몸에 자신이고 있는 깊은 상심과 두려움 터널, 그리고 아뜩한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 포옹에서  함께 했던  순간을 읽었고  유민은 나를 통해서 잠시의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내가 눈물겨웠던 건 추억과 상실, 짧은 순간 서사로 다가오던 모든 복합적인 감상 때문이었다.


유민의 신랑은 매일 새벽, 맑고 신선한 새벽 공기를 가득 담은 생선을 사기 위해 마켓에 간다고 한다. 많은 일식집이 배달 오는 재료로 손님을 맞이 하지만, 제법 일식으로는 일가견 있는 이모부 밑에서 "제대로" 배웠음을  자랑스러워하며 "직접 고름"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창창한 젊은 날, 그의 "사수"가 그랬 듯 유민의 신랑 역시 꿈을 낚는 어부가 되어 있었다.


이제  걸음을 기 시작한 아이들은 한국의 부모에게 맡기고 삶의  페이지를 위태롭게  있지만, 종일을  함께하는 나약한 번뇌와 두려움을 대함에   때는 내가 저러했을 것이고,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을 진데  인생유전이라 하지 않는가. 누구나 겪는다. 누구나 지나가고 누구나 머물게 된다.  이제야 알게 된, 지나가고 있는 그 시간의 소중함을  젊은 부부가 잊지 않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새벽의 어부가 더 좋은 고기를 위해 먼 바다에 나가듯, 유민의 신랑도 매일 아침 먼 바다로 나가는 성스러운 의식을 진행한다. 젊은 어부의 꿈이 꺾이지 않고,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실패를 전제로 발걸음을 뗄 수는 없지만, 자주 넘어져 봐야 일어서는 방법도 알게 된다. 한 자리에 머무르며 쓰러질 일이 없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지만 세상사, 인간사는 작은 몸짓 하나 하나가 쌓여 진화의 꿈을 이루고 세상의 빛을 이루게 된다.  그 몸짓에는 쓰러짐과 일어섬, 빛과 같은 소망이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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