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밀렸다. 밀린 빨래가 담긴 바구니가 아내의 몸집만 해졌다. 이럴 땐 빨래방을 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집에서는 건조까지 꼬박 이틀이 필요한 일이 그곳에서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 죽이기가 된다.
식사 시간을 넘긴 늦은 저녁인데도 빨래방엔 이미 사람들로 소란하다. 바구니는 다들 한가득이다. 각자의 이유로 밀리고 밀린 빨래가 빨래방으로 모인다. 나는 밀린 빨래에서 고단했을 지난 일주일,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을 읽는다. 집안일이 익숙지 않은 나에게 빨래는 항상 마지막 일이 되어버린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고, 때론 회사에서 들고 오는 걱정거리도 몇 있다. 그렇게 미처 처리하지 못해 남겨진 일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밀린 빨래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빨래방에 놓인 편하지만 낡은 소리를 내는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왠지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내는 옆에 나란히 앉아 요새 푹 빠진 뜨개질에 한창이다. 세탁기 안에는 각기 다른 날 만들어진 빨래가 아직 돌아가고 있고, 나는 잠깐씩 빨래를 들여다본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