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엄격한

글쓰기에 관한 짧은 생각

by 데미안

글 쓰는 마음은 계속 자라나는데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앞서가는 의욕을 저만치 멀리 두고 실력이 헉헉대며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글렀으니 너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조금은 무슨. 내 핸드폰에는 첫 문장만 써놓은 채, 고치느라 시작도 못한 글이 여럿 잠들어 있다. 그중 대부분은 아마 만족스럽게 완성되지 않아 영영 나만 보게 될 것이다.

좋은 글을 쓰지 못해 괴로워하는 나를 두고, 트레바리에서 같은 글쓰기 모임을 하는 누군가는 "데미안 님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가 부러워하는 문장력을 지닌 또 다른 누구는 "조금 더 내려놓으시고 부담 없이 글을 쓰셔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조언해 주었다. 나는 그들의 말이 너무 따뜻하지 않아서,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들리지 않아서, 또 무겁지 않아서 듣기에 아프지 않았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좋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직접 그 얘기를 듣게 된다면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고 싶을 정도로.


나는 꽤나 자주 글을 쓰지만 많이 읽히지 않는다. 아직 많이 읽히지 않는다는 건, 분명 쓸쓸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나는 확실히 나를 좀 더 아껴야 한다. 그리고 관대해져야 한다. 그건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할 일이니, 그래야만 한다.

-별첨
십 년 전, 내가 아는 어떤 선배는 기회가 될 때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라면 즐기는 것 이상의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누구보다 잘해야만 한다고. 나는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여전하게 그만한 헛소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Image by rabbits for carr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