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의 에피소드
나는 일을 잘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를 궁금해했다. 너무나 궁금해서 항상 속으로 간직만 하다 마음먹고 물어본 적이 있다. 회사 입사한 지 이제 막 1년 정도 됐을 때였다. 그 당시 회사에는 주말에 사람들을 한데 모아 진행하는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친구의 결혼식 정도는 빠질 이유조차 되지 못하는, 이상하게도 중요한 행사였다, 물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추억 속의 행사다. 구시대적이라 그랬는지, 예산이 문제였는지는 아쉽게도 알지 못한다. 어쨌든 행사가 끝나고, 나는 같은 차를 타고 돌아가는 이사님께 질문을 던졌다.
"일을 잘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또 어떤 사람을 일을 잘한다고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나름 아랫사람들과의 캐주얼한 소통에 익숙한,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경력직 임원이었다. 그러면 대답해줄 수 있겠다는 신뢰 같은 것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윗사람이 원하는 일을 잘 파악해서 해주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그는 대답했다.
사실 대답이라기보다는 반 물음 같은 형태였을 것이다. "이런 이런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지 않을까?"라는, 그렇게 반 정도의 확신과 반 정도의 동의를 구하는 희미한 소리였을 것이다. 나는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되묻지는 않았다. 그저 한 동안 남들은 모르는 직장생활의 비법이라도 얻은 양 마음 든든했던 기억만 있다.
그 임원은 몇 년뒤 불미스러운 일로 퇴사를 당했다. 아랫사람에게 나쁜 짓을 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회사 내 소문은 자극적이긴 해도 대부분 맞는 편이라 나도 그 말을 믿었다. 그 뒤로는 같은 질문을 해 본 적도, 답을 찾은 적도 없다. 다만 그렇게 힘들었던 설거지랑 빨래도 2년 정도 하니 좀 덜 힘들어진 것처럼, 일하는 것도 그저 그런 것 아니겠냐는 짐작만 할 뿐이다.